테이블 다리를 떼어낸 결정 — 이케아가 물류비를 제품 설계로 푼 방식
1950년대 스웨덴, 이케아 초기 직원이던 길리스 룬드그렌이 테이블 하나를 차에 실으려다 실패했다.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다리를 떼어 냈고, 그러자 들어갔다.
회사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 장면이 사실 무엇을 바꿨는지는 종종 오해된다. 흔한 요약은 “포장을 납작하게 만들었다”인데, 그건 결과이지 결정이 아니다. 진짜 결정은 그다음에 있었다. 완제품을 옮기지 않고, 조립을 고객에게 넘기기로 한 것.
물류비는 무게가 아니라 부피에서 나온다
가구는 운송에서 가장 불리한 상품군에 속한다. 값에 비해 크고, 형태가 불규칙하고, 깨지기 쉽다. 완성된 옷장 하나를 배에 실으면 그 안의 공기까지 운임을 낸다.
컨테이너 운임은 컨테이너 단위로 매겨진다. 그러므로 같은 상자에 몇 개를 넣느냐가 곧 개당 운송 원가다. 조립된 서랍장 대신 판재와 부속을 납작한 상자에 넣으면, 같은 부피에 몇 배를 실을 수 있다.
이 계산은 운송에서 끝나지 않는다. 연쇄가 길다.
- 창고 — 팰릿당 적재량이 늘어난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재고를 둔다.
- 매장 — 창고 구역을 매장 안에 둘 수 있다. 고객이 직접 꺼내 가므로 후방 물류와 배송 인력이 줄어든다.
- 파손 — 조립되지 않은 판재는 모서리가 부딪혀 망가질 일이 적다. 반품과 폐기가 준다.
- 재고 — 부품 단위로 관리하면 여러 완제품이 같은 부품을 공유한다. SKU 수 대비 재고 회전이 개선된다.

원가를 옮긴 게 아니라 없앤 것
플랫팩을 두고 “조립 노동을 고객에게 떠넘겼다”고 말하는 시각이 있다. 절반만 맞다.
떠넘기기였다면 총비용은 그대로여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 총비용 자체가 줄었다. 공장에서 조립된 상태로 옮기던 공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장에서 한 시간에 조립하던 것을 고객이 집에서 한 시간에 조립한다면 노동은 이전됐을 뿐이지만, 그 사이에 있던 운송·보관·파손 비용은 이전된 게 아니라 소멸했다.
동시에 이 설계는 제품 쪽에도 제약을 걸었다. 납작하게 나눌 수 없는 구조는 처음부터 상품이 되지 못한다. 부품 수는 적어야 하고, 조립은 도구 하나로 끝나야 하고, 설명서는 언어 없이 그림만으로 통해야 한다. 물류에서 시작된 요구가 제품 개발의 제약 조건으로 되돌아온 셈이다. 이 되먹임이 플랫팩의 진짜 구조다.
2024~2025년, 이 구조는 어디까지 버텼나
이론이 아니라 실적으로 확인해 보자.
이케아 최대 프랜차이지인 잉카그룹의 FY25(2024년 9월 1일~2025년 8월 31일) 실적은 다음과 같다.
- 총매출 415억 유로 (FY24 418억 유로, -0.9%)
- 영업이익 15억 유로, 매출 대비 3.5% (FY24 3.0%)
- 세전이익 21억 유로 (FY24 16억 유로)
- 순이익 14억 유로 (FY24 8억 유로)
- 영업활동 현금흐름 40억 유로 (FY24 29억 유로)
- 자본적 지출 34억 유로
- 31개국 620개 IKEA Retail 거점, 매장 방문 7억 3,900만 회, 온라인 방문 40억 회
회사는 매출 감소의 이유를 분명히 밝혔다. 고객 수와 매장·온라인 방문, 판매 수량은 늘었지만 가격을 계속 낮추는 데 집중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영업이익률은 3.0%에서 3.5%로 올랐다. 상품·식품 마진 개선과 매장 이행 효율이 이유로 제시됐다.
이 조합이 플랫팩 구조의 성적표다. 값을 내리면서 이익률을 올리려면 그만큼의 원가 절감이 먼저 나와야 한다. 잉카그룹은 그 절감을 물류와 매장 운영에서 만들어 냈다. 소매 홈딜리버리의 37%를 무배출 차량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수치, 424개 매장에 전시품·단종품·반품·중고를 파는 As-Is 코너를 두고 있다는 사실도 같은 계열의 이야기다. 재고와 반품을 폐기가 아니라 매출로 되돌리는 장치다.
프랜차이저인 인터이케아그룹의 FY25 매출은 263억 유로로 전년 265억 유로 대비 0.9% 감소했다. 이 회사가 밝힌 원가 환경 설명이 특히 눈여겨볼 만하다. 원자재·상품 가격과 운송·물류 비용이 미국의 관세 발표를 둘러싼 불확실성 이후 변동적 패턴을 보였고, FY25 상반기에는 가격 하락이 이어졌지만 하반기에는 관세를 포함한 소싱 비용이 올랐다는 것이다.
국경이 원가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대목은 플랫팩 구조에 새로 붙은 변수를 가리킨다. 지난 20년간 국제 물류의 방향은 대체로 한쪽이었다. 컨테이너화, 대형화, 표준화. 부피를 줄이면 원가가 줄었다.
그런데 2024~2025년의 변수는 부피가 아니라 제도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 통계가 그 변화의 크기를 보여준다. 소액면세(de minimis) 처리 건수는 FY2024 13억 6,000만 건, 신고가액 646억 달러에서, FY2025 9억 4,250만 건, 신고가액 481억 달러로 줄었다. CBP가 국제우편에 대한 소액면세 적용을 중단하는 잠정 최종규칙을 시행하고 관세 징수 요건을 새로 세운 뒤의 수치다.
가구처럼 부피가 크고 값이 낮은 상품군에 이 변화가 주는 함의는 분명하다. 부피 최적화로 얻을 수 있는 절감에는 상한이 있고, 관세는 그 상한 위에서 매겨진다. 플랫팩이 아무리 잘 설계돼도 관세율이 바뀌면 원가가 통째로 움직인다. 인터이케아그룹이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눠 설명한 이유가 그것이다.
그래서 다음 국면의 질문은 “어떻게 더 납작하게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디서 만들 것인가”로 옮겨 간다. 설계로 풀던 문제의 일부가 입지 문제로 넘어오고 있다.
실무 적용 — 그래서 뭘 하면 되나
- 제품 원가표에 부피 원가를 별도 항목으로 만들어라 — 무게 기준으로만 관리하면 공기를 옮기는 비용이 보이지 않는다. 팰릿당 적재 수, 컨테이너당 적재 수를 제품 스펙에 넣는다.
- 물류 제약을 제품 개발 요구사항으로 되돌려라 — 이케아가 강한 이유는 물류를 잘해서가 아니라, 물류 조건이 설계 단계에서 제약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순서를 바꾸면 효과가 사라진다.
- 고객이 하는 마지막 한 단계를 설계하라 — 조립·설치·설정 중 고객이 감당할 수 있는 단계를 찾는다. 다만 그 단계는 도구 하나, 설명서 한 장으로 끝나야 한다. 여기서 막히면 비용이 반품으로 돌아온다.
- 반품과 전시품을 매출 경로로 되돌려라 — 424개 매장의 As-Is 코너처럼, 폐기 대상을 판매 대상으로 바꾸는 채널을 만든다.
- 가격을 내리기 전에 절감분을 확보하라 — 잉카그룹이 매출 -0.9%에도 영업이익률을 3.0%에서 3.5%로 올린 것은 순서를 지켰기 때문이다.
- 원가 시나리오에 관세와 통관 규칙을 변수로 넣어라 — 환율과 유가만 있는 시나리오 표는 2024년 이후 환경을 설명하지 못한다.
70년 전 트렁크에 들어가지 않던 테이블 하나가 회사의 원가 구조를 결정했다. 반대로 말하면, 지금 우리 제품이 어떤 형태로 옮겨지고 있는지를 한 번도 설계 회의의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면, 아직 손대지 않은 원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본문의 실적 수치는 잉카그룹·인터이케아그룹이 공개한 보고서를 인용했으며, 두 회사의 회계연도는 9월 1일부터 이듬해 8월 31일까지다. 잉카그룹은 FY25 기준 전체 IKEA Retail 매출의 87.4%를 차지한다. 이 글은 경영 사례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