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젝트는 이미 망했다 — 사전부검(premortem)이 회의실에서 하는 일
프로젝트 킥오프 회의는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간다. 담당자가 계획을 발표하고, 몇 사람이 질문하고, 리더가 “좋다, 가자”고 말한다. 회의실을 나오면서 몇몇은 마음속에 걸리는 게 있다. 일정이 빡빡하다든지, 협력사가 미덥지 않다든지. 그런데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말하지 않은 이유는 대개 무지가 아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일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여섯 달 뒤 프로젝트가 무너지면, 그때 여러 사람이 같은 말을 한다. “사실 처음부터 좀 이상했다.”
게리 클라인이 2007년 9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은 「Performing a Project Premortem」은 정확히 이 문제를 겨냥한다. 이 글이 지적한 원인은 하나다. 계획 단계에서 사람들이 자기 우려를 말하기를 꺼린다는 것.
사후 부검이 아니라 사전 부검
기법 자체는 30분이면 배운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직전, 팀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한다. “지금은 1년 뒤다. 이 프로젝트는 완전히 실패했다. 대실패다. 각자 2분간, 왜 실패했는지 이유를 적어라.”
그리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읽는다.
바뀐 것은 질문 하나뿐이다. “무엇이 잘못될 수 있나”가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나”로 시제를 옮겼다. 이 작은 차이가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한다.
첫째, 발언의 사회적 비용이 사라진다. 실패가 전제로 주어졌기 때문에 우려를 말하는 사람은 훼방꾼이 아니라 과제를 수행하는 사람이 된다. 오히려 남들이 못 본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잘하는 일이 된다.
둘째, 사고의 형태가 바뀐다. 미래의 불확실한 위험을 상상하는 일과, 이미 일어난 사건의 원인을 설명하는 일은 다른 작업이다. 사람은 후자를 훨씬 잘한다. 결과가 주어지면 우리 뇌는 그럴듯한 인과 사슬을 만들어 낸다. 사전부검은 그 능력을 미래 쪽으로 돌려 쓰는 장치다.
셋째, 전원이 말한다. 각자 적고 돌아가며 읽는 형식이라, 목소리 큰 사람의 인상이 회의 전체를 지배하는 일이 줄어든다.

영국 재무부는 이것을 숫자로 못 박았다
낙관 편향이 개인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체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오차라는 인식은 이미 제도에 들어와 있다. 영국 재무부의 그린북 보충 지침이 대표적이다.
이 지침은 이렇게 요구한다. 사업 평가자는 낙관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으므로 비용·편익·기간 추정치에 명시적 조정을 가해야 한다. 그리고 그 조정은 과거의 유사 사업 데이터에 근거하고, 해당 사업의 고유 특성에 맞춰 보정해야 한다.
지침에 실린 보정치 표는 다음과 같다. 사업 유형별로 자본 지출과 공사 기간에 적용할 상한·하한 비율이다.
| 사업 유형 | 기간 상한 | 기간 하한 | 자본지출 상한 | 자본지출 하한 |
|---|---|---|---|---|
| 표준 건물 | 4% | 1% | 24% | 2% |
| 비표준 건물 | 39% | 2% | 51% | 4% |
| 표준 토목 | 20% | 1% | 44% | 3% |
| 비표준 토목 | 25% | 3% | 66% | 6% |
| 장비/개발 | 54% | 10% | 200% | 10% |
| 아웃소싱 | – | – | 41% | 0% |
장비·개발 사업의 자본지출 상한이 200%다. 처음 잡은 예산의 세 배까지 열어 두라는 뜻이다. 새로 만드는 것, 전례가 적은 것일수록 우리가 얼마나 크게 틀리는지를 정부가 표로 인정한 셈이다.
지침은 이 수치가 전통적 방식으로 조달된 사업의 기본 사업계획서 단계에서 관찰된 평균적 낙관 편향이라고 밝힌다. 그보다 이른 단계라면 더 큰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는 단서도 붙였다.
사전부검과 이 표는 같은 문제의 두 가지 처방이다. 표는 결과를 사후 통계로 보정하고, 사전부검은 원인을 사전에 끄집어낸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보정치만 쓰면 왜 틀렸는지 모른 채 여유만 늘리게 되고, 사전부검만 하면 논의는 활발한데 예산은 여전히 낙관적으로 남는다.
2024년의 사례 — 테스트는 있었는데 질문이 없었다
사전부검이 있었다면 잡혔을 법한 사고가 최근에도 있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2024년 8월 6일 공개한 근본 원인 분석 보고서를 사전부검의 눈으로 읽으면, 놓친 질문의 목록이 그대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배포된 콘텐츠에서 센서가 넘긴 입력은 20개, 템플릿 정의가 기대한 값은 21개였다. 21번째 값을 읽으려는 시도가 배열 범위를 넘는 메모리 읽기를 일으켜 시스템이 멈췄다.
문제는 검증 단계가 없었던 게 아니라는 점이다. 검증 단계는 여러 겹 있었다. 그런데 전부 통과했다.
- 초기 테스트가 21번째 필드에 와일드카드를 썼기 때문에 문제가 발현되지 않았다
- 제공된 입력 개수와 템플릿 정의가 맞는지 확인하는 컴파일 단계 검증이 없었다
- 스트레스 테스트가 와일드카드를 쓴 일반적 인스턴스만 시험했다
- 콘텐츠 검증기가 21개 입력이 제공될 것이라고 잘못 가정하고 통과시켰다
여기서 빠진 것은 기술이 아니라 질문이다. “우리 테스트가 실제 배포 조건과 다르다면 어디가 다를까?” 이 한 문장이 회의록에 있었다면 네 항목 중 최소 두 개는 걸렸을 가능성이 높다. 사전부검이 잘 잡아내는 게 정확히 이런 종류의 결함이다. 모든 게 계획대로 작동한다는 가정 아래 설계된 검증 절차 자체의 맹점.
지금 이 기법이 다시 필요해진 이유
프로젝트 환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도 이유가 된다. PwC가 6개 대륙 채용공고 10억 건 이상을 분석해 2026년 6월 공개한 결과를 보면,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의 요구 스킬은 그렇지 않은 직무보다 두 배 빠르게 바뀌고 있다.
요구 역량이 이 속도로 바뀐다는 것은, 과거 프로젝트의 성공 경험이 새 프로젝트에서 통할 확률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뜻이다. 경험이 신뢰할 만한 안내자가 아닐 때, 남는 것은 절차다. 그린북 표현을 빌리면, 이런 사업은 대부분 ‘비표준’에 해당하고 그만큼 큰 보정치를 요구한다.
실무 적용 — 그래서 뭘 하면 되나
- 킥오프 직전, 30분을 사전부검에 할당하라 — “1년 뒤 이 프로젝트는 완전히 실패했다. 왜인가”로 시작한다. 각자 2분간 조용히 쓰고, 돌아가며 하나씩 읽는다.
- 리더가 마지막에 읽어라 — 결정권자가 먼저 말하면 나머지는 그 문장의 변주가 된다. 순서만 바꿔도 나오는 항목의 수가 달라진다.
- 나온 항목을 폐기하지 말고 리스크 등록부로 옮겨라 — 사전부검의 산출물은 분위기가 아니라 목록이다. 각 항목에 담당자와 점검 시점을 붙인다.
- 추정치에 명시적 보정치를 적용하라 — 그린북이 비표준 토목에 자본지출 66%, 장비/개발에 200% 상한을 두는 것처럼, 사내에서도 사업 유형별 기본 여유율을 표로 정한다. 매번 협상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 보정치는 과거 자사 데이터로 만들어라 — 지난 3년 프로젝트의 최초 예산과 최종 집행액을 나란히 놓으면 조직 고유의 낙관 계수가 나온다. 남의 표보다 이게 정확하다.
- 검증 절차 자체를 사전부검 대상에 넣어라 — “우리 테스트가 실제 조건과 다르다면 어디가 다른가”를 반드시 목록에 포함한다.
- 중간 지점에서 한 번 더 하라 — 착수 시점의 사전부검은 착수 시점의 정보만 쓴다. 절반쯤 왔을 때 다시 하면 새로 생긴 위험이 잡힌다.
이 기법이 회의를 우울하게 만들 거라는 걱정은 대개 빗나간다. 실제로 해 보면 참석자들은 오히려 활발해진다. 자기가 이미 알고 있던 걸 말해도 되는 자리가 드물기 때문이다.
본문의 낙관 편향 보정치는 영국 재무부 그린북 보충 지침의 원표를 인용했으며, 해당 수치는 영국 공공사업 데이터에 기반한 지시적(indicative) 값이다. 각 조직은 자체 실적 데이터로 보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글은 경영 사례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