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극장 건물을 개조해 들어선 트레이더조 매장의 내부 — 아치형 천장 아래 낮은 매대가 놓여 있다

고를 게 적어서 잘 팔린다 — 트레이더조가 매대를 줄여 얻은 것

참고자료 · 자료 시점
핵심 출처 — 트레이더조의 취급 품목 수·자체 브랜드 비중에 관한 공개 소개 자료, Iyengar & Lepper(2000) 잼 진열 실험 — 선택 과부하 연구의 출발점, Scheibehenne 외(2010) 선택 과부하 메타분석 — 평균 효과가 거의 0으로 보고된 재검증, 미국 종합 슈퍼마켓의 평균 취급 품목 수 업계 통계
자료 시점 — 1967년 창업 ~ 2020년대 현황 + 2000·2010년 연구
정리 — Inkmoat 편집팀 · 2026.8

미국의 종합 슈퍼마켓에 들어가면 취급 품목이 수만 종에 이른다. 시리얼 한 칸에만 수십 종이 놓인다.

트레이더조는 같은 자리에 수천 종만 둔다. 업계 평균의 십분의 일 수준이다. 그런데 매장 면적당 매출은 미국 식료품 유통에서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적게 두는데 더 판다. 이 조합이 어떻게 성립하는지가 이 사례의 내용이다.

「고르기 편해서」는 설명의 절반도 안 된다

흔한 설명은 심리학에서 온다. 선택지가 많으면 오히려 못 고른다는 이야기다.

근거로 늘 인용되는 것이 2000년 아옌가와 레퍼의 잼 실험이다. 매장에 잼을 24종 놓았을 때와 6종 놓았을 때를 비교했더니, 사람이 많이 멈춰 선 쪽은 24종이었지만 실제로 산 비율은 6종 쪽이 훨씬 높았다는 결과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를 반드시 덧붙여야 한다. 이 결과는 이후 재검증에서 그대로 유지되지 않았다. 2010년에 나온 여러 연구를 모아 본 메타분석은 선택지 수의 평균 효과가 사실상 0에 가깝다고 보고했다. 조건에 따라 방향이 갈린다는 쪽에 가깝다.

⇒ 그러니 “선택지를 줄이면 잘 팔린다”를 법칙처럼 쓰면 안 된다. 트레이더조를 이 실험 하나로 설명하는 것도 무리다. 이 회사의 이득은 심리보다 공급망 쪽에서 훨씬 크고 확실하게 나온다.

트레이더조 매대에 진열된 크래커 제품들 — 대부분 같은 자체 브랜드 포장이다
한 칸에 놓인 제품 대부분이 같은 브랜드다. 브랜드 경쟁이 매대 «안»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된 진열이다. 사진: Kurt Kaiser / Wikimedia Commons (CC0)

품목을 줄이면 원가 구조가 바뀐다

같은 매출을 적은 품목으로 만들면, 품목 하나가 지는 물량이 커진다. 이 한 줄에서 여러 가지가 따라 나온다.

  • 협상력이 올라간다. 한 공급사에 몰아주는 물량이 커지면 단가가 내려간다. 매대 한 칸을 여러 브랜드에 쪼개주는 구조에서는 나오지 않는 힘이다.
  • 회전이 빨라진다. 품목당 판매 속도가 빠르면 재고가 오래 잠기지 않고, 신선식품의 폐기도 준다.
  • 매장이 작아도 된다. 진열해야 할 종류가 적으니 후방 창고와 매대 길이가 줄고, 임대료와 인건비가 함께 준다.
  • 운영이 단순해진다. 발주·진열·가격표 관리의 대상이 적으면 매장 인력이 다른 일을 할 여유가 생긴다.

여기에 자체 브랜드 비중이 높다는 점이 겹친다. 제조사 브랜드를 나열하는 대신 자기 이름을 붙인 제품을 주력으로 놓으면, 중간 마케팅 비용이 빠지고 가격 결정권이 유통사에 남는다.

대신 포기한 것이 분명하다

이 모델은 공짜가 아니다. 포기한 것이 뚜렷하다.

  • 특정 브랜드를 찾는 손님은 놓친다. 늘 쓰던 그 제품이 없으면 그 손님은 다른 매장으로 간다.
  • 한 곳에서 다 사는 «원스톱»이 안 된다. 실제로 많은 고객이 다른 매장과 병행해 쓴다.
  • 인기 품목이 갑자기 사라진다. 품목 수를 유지하려면 새것을 넣을 때 있던 것을 빼야 한다. 애호가의 불만이 상수로 따라붙는다.

즉 이 전략은 모두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좁은 취향에 맞춰 좁게 운영하고, 그 좁음에서 원가를 얻는다. 넓게 벌리면서 이 이득만 가져올 수는 없다.

좁게 운영하면 다른 것들이 따라온다

품목을 줄인 결정은 매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회사의 다른 특징들이 대부분 그 결정의 «후속»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 광고를 크게 하지 않는다. 취급 품목이 적으면 알릴 것도 적다. 대신 자체 소식지와 매장 직원의 추천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 할인 행사와 적립 카드를 쓰지 않는다. 품목이 적어 회전이 빠르면 재고를 털기 위한 할인이 덜 필요하다. 상시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편이 운영이 단순하다.
  • 신제품 회전이 빠르다. 상한이 있으니 새것을 넣을 때마다 있던 것이 빠진다. 이것이 «이번에 뭐가 새로 들어왔나»를 보러 오는 방문 동기를 만든다. 제약이 마케팅 장치가 된 셈이다.
  • 매장 직원의 일이 달라진다. 진열·가격표 관리가 줄면 응대에 쓸 시간이 남는다.

여기서 순서를 뒤집어 읽으면 안 된다. 광고를 줄이려고 품목을 줄인 것이 아니라, 품목을 줄였기 때문에 광고가 덜 필요해진 것이다. 다른 회사가 광고비만 줄이면 매출이 줄고, 자체 브랜드만 늘리면 신뢰를 잃는다. 한 칸씩 떼어 모방하면 대부분 역효과가 난다.

한 가지 더. 이 모델은 취향이 뚜렷한 상품군에서만 성립한다. 대체 불가능한 필수재를 파는 매장에서 「없으면 다음에」는 통하지 않는다. 트레이더조가 다루는 품목 상당수가 «있으면 사고 없으면 다른 걸 사는» 성격이라는 점이 이 전략의 전제다.

실무 적용 — 그래서 뭘 하면 되나

  • 품목 수를 «선택 편의»가 아니라 «품목당 물량»으로 관리하라. 줄여서 얻는 것의 대부분은 협상력·회전율이지 심리 효과가 아니다.
  • 넣기 전에 뺄 것을 정하는 규칙을 두어라. 상한을 정하지 않으면 SKU는 한 방향으로만 늘어난다. 늘어난 뒤에 줄이는 일은 훨씬 비싸다.
  • 품목별 «판매액»이 아니라 «면적·재고 점유 대비 기여»로 순위를 매겨라. 잘 팔리는데 자리를 많이 먹고 회전이 느린 품목이 대개 문제다.
  • 자체 브랜드는 원가 절감이 아니라 «가격 결정권» 관점에서 검토하라. 남의 브랜드를 나열하는 매대에서는 가격을 우리가 정하지 못한다.
  • 줄이기로 했다면 포기할 고객군을 문서에 적어라. 적지 않으면 예외 요청이 하나씩 들어와 원래대로 돌아간다. 이 전략은 예외에 매우 약하다.
  • 선택 과부하 연구를 근거로 쓸 때는 재검증 결과까지 같이 인용하라. 하나의 유명한 실험만 인용하는 기획서는 반박당했을 때 통째로 흔들린다.

트레이더조가 특이한 회사인 이유는 적게 팔아서가 아니다. 적게 두겠다는 결정을 매입·물류·매장 크기·브랜드 정책까지 일관되게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품목만 줄이고 나머지를 그대로 두면, 남는 것은 불편한 매장뿐이다.


본 콘텐츠는 공개된 기업 소개 자료와 연구 문헌을 바탕으로 한 정보 해설이며 투자 판단의 근거가 아니다. 취급 품목 수·브랜드 구성은 시점과 매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작성: Inkmoat 편집팀 — 유명한 실험 하나로 전략을 설명하지 않는다.

참고

  • Sheena S. Iyengar & Mark R. Lepper, 「When Choice is Demotivating」,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00
  • Benjamin Scheibehenne, Rainer Greifeneder & Peter M. Todd, 「Can There Ever Be Too Many Options? A Meta-Analytic Review of Choice Overload」,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2010
  • 트레이더조의 취급 품목 수 및 자체 브랜드 비중에 관한 공개 소개 자료
  • 미국 종합 슈퍼마켓 평균 취급 품목 수 업계 통계

Similar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