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서는 곳이 곧 병목이다 — 리틀의 법칙으로 대기시간을 읽는 법
은행 창구 앞에 열 명이 서 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가.
줄의 길이만으로는 답이 안 나온다. 창구가 한 명을 처리하는 데 1분이 걸리면 10분이고, 5분이 걸리면 50분이다. 길이는 시간이 아니다.
이 관계를 식 하나로 정리한 사람은 MIT의 존 리틀이다. 1961년에 그는 아주 일반적인 조건에서 성립하는 관계를 증명했다.
시스템 안에 머무는 평균 개수는, 들어오는 평균 속도에 머무는 평균 시간을 곱한 값과 같다.
기호로 쓰면 L = λW다. L이 줄에 있는 사람 수, λ가 도착률, W가 한 사람이 머무는 시간이다.
이 식이 강한 이유는 조건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대기행렬을 다루는 공식은 대개 까다로운 가정을 요구한다. 도착이 어떤 분포를 따르는지, 처리 시간이 어떻게 흩어져 있는지, 먼저 온 사람을 먼저 받는지.
리틀의 관계식은 그런 것을 거의 묻지 않는다. 시스템이 장기적으로 안정되어 있기만 하면, 즉 들어오는 양과 나가는 양이 균형을 이루기만 하면 성립한다.
그래서 적용 범위가 넓다. 창구 대기줄에도, 공장의 재공품에도, 개발팀의 작업 목록에도, 병원 병상에도 같은 식이 붙는다.
뒤집어 쓰면 실무 도구가 된다
식을 W에 대해 풀면 이렇게 된다.
머무는 시간 = 시스템 안에 있는 개수 ÷ 처리 속도
제조 현장의 표현으로 바꾸면 리드타임 = 재공품 ÷ 처리율이다. 이 형태가 실무에서 훨씬 자주 쓰인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 하나가 나온다. 처리율이 고정된 상태에서 일감을 더 밀어 넣으면, 늘어나는 것은 산출이 아니라 리드타임뿐이다.
- 창구는 그대로인데 줄을 세우면, 처리되는 사람 수는 안 늘고 기다리는 시간만 는다.
- 팀의 처리 능력은 그대로인데 진행 중 과제를 늘리면, 완료 건수는 안 늘고 각 과제의 소요 기간만 는다.
착시가 여기서 생긴다. 진행 중인 일이 많으면 바빠 보이고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완료 시점은 오히려 뒤로 밀린다. 바쁨은 산출이 아니다.

처리율을 정하는 것은 병목이다
그러면 처리율은 무엇이 정하는가. 여러 단계를 거치는 공정이라면 가장 느린 단계다.
단계가 다섯이고 그중 하나만 느리면, 앞의 네 단계를 아무리 빠르게 만들어도 전체 속도는 그대로다. 빨라진 앞 단계는 느린 단계 앞에 일감을 더 쌓을 뿐이다. 그리고 쌓인 일감은 앞의 식에 따라 리드타임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개선의 순서가 정해진다.
- 먼저 병목이 어디인지 찾는다. 대개 일감이 쌓여 있는 바로 앞이다.
- 병목이 아닌 곳을 개선해도 전체 처리율은 안 바뀐다. 자원을 거기 쓰면 낭비다.
- 병목을 넓히면 처리율이 오르고, 그때 비로소 리드타임이 줄어든다.
줄이 눈에 보인다는 것은 정보다. 쌓이는 자리가 곧 병목의 위치를 알려준다.
자주 틀리는 지점 세 가지
첫째, 평균이라는 단서를 빠뜨린다. 이 식은 평균에 대한 관계다. 개별 손님이 얼마나 기다릴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몰리는 순간의 대기는 훨씬 길 수 있다. 평균 대기시간이 5분이라는 말과 모두가 5분을 기다린다는 말은 다르다.
둘째, 안정 상태를 확인하지 않는다. 들어오는 양이 나가는 양보다 계속 많으면 줄은 무한정 길어진다. 이때는 식이 균형값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발산한다. 이 상태에서 필요한 것은 계산이 아니라 유입 차단이다.
셋째, 처리율과 가동률을 헷갈린다. 설비를 100퍼센트 가깝게 돌리면 효율이 좋아 보이지만, 대기행렬에서는 가동률이 한계에 가까워질수록 대기시간이 급격히 늘어난다. 여유가 없는 시스템은 작은 변동에도 줄이 폭발한다. 가동률을 끝까지 올리는 것이 언제나 이득은 아니다.
줄을 못 줄일 때는 체감을 다룬다
처리율을 당장 못 올리는 경우가 있다. 인력도 설비도 고정이고 유입도 못 막는다면 대기시간은 산술적으로 정해진다.
이때 남는 변수가 하나 있다. 실제 대기와 체감 대기는 다르다.
서비스 운영 연구에서 반복해 확인된 것들이 있다.
- 아무것도 안 하는 대기가 가장 길게 느껴진다. 같은 10분이라도 할 일이 있으면 짧게 느껴진다. 서류를 미리 작성하게 하거나 안내를 읽게 하는 것이 그래서 효과가 있다.
-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대기가 길게 느껴진다. 번호표와 예상 대기시간 표시는 줄을 줄이지 않지만 불만을 줄인다.
- 설명 없는 대기가 길게 느껴진다. 왜 늦는지 알려주는 것만으로 체감이 달라진다.
- 혼자 기다리는 쪽이 길게 느껴진다. 같은 상황을 여럿이 겪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 견디는 폭이 넓어진다.
- 불공정한 대기는 시간과 무관하게 나쁘다. 나중에 온 사람이 먼저 처리되는 장면 하나가 전체 평가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여러 창구를 두더라도 줄은 하나로 받는 방식이 선호된다.
이 항목들은 리드타임을 한 순간도 줄이지 못한다. 그런데 만족도는 바꾼다. 못 줄이는 값과 바꿀 수 있는 값을 구별하는 것 자체가 관리다.
실무 적용, 그래서 뭘 하면 되나
- 동시에 진행하는 일의 개수에 상한을 걸어라. 리드타임을 직접 줄일 수는 없지만 재공품은 직접 줄일 수 있다. 처리율이 그대로라면 상한을 낮추는 것만으로 리드타임이 내려간다.
- 일감이 쌓이는 자리를 찾아라. 어느 단계 앞에 대기가 생기는지만 봐도 병목이 특정된다. 인터뷰보다 재고가 정직하다.
- 병목이 아닌 곳의 개선은 뒤로 미뤄라. 그곳을 빠르게 만들면 병목 앞의 줄만 길어진다. 성과 지표는 좋아지고 납기는 그대로인 전형적인 상황이 여기서 나온다.
- 가동률 목표를 100퍼센트 근처에 두지 마라. 변동이 있는 공정에서는 여유가 곧 납기다. 꽉 채운 일정표는 지연을 흡수할 곳이 없다.
- 바쁨을 산출로 보고하지 마라. 진행 중 건수는 성과가 아니라 부채에 가깝다. 세어야 할 것은 완료 건수와 완료까지 걸린 시간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대기시간은 따로 관리하는 값이 아니라 두 값의 결과다. 그중 하나는 우리가 직접 조절할 수 있고, 다른 하나는 병목이 정한다. 어느 쪽을 건드리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대기줄을 줄이려 하면 대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본 콘텐츠는 공개된 문헌을 바탕으로 한 정보 해설이다. 인용한 관계식은 장기 평균과 안정 상태를 전제로 하며, 개별 사례의 대기시간을 보장하지 않는다.
작성: Inkmoat 편집팀 — 바쁨이 아니라 흐름을 본다.
참고
- 존 리틀(1961)의 대기행렬 관계식 L = λW 증명
- 리드타임 = 재공품 ÷ 처리율 형태의 운영관리 적용
- 병목이 전체 처리율을 결정한다는 제약이론의 기본 명제
- 가동률 상승에 따른 대기시간 급증 현상
- 대기의 심리에 관한 서비스 운영 연구, 점유되지 않은 시간과 불확실성이 체감을 늘린다는 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