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붙였더니 신입만 34% 빨라졌다 — 상담원 5,179명 현장실험이 말하는 생산성의 진실
“AI를 도입하면 생산성이 오른다”는 문장은 이제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진짜 경영 질문은 세 가지다. 얼마나, 누구에게, 왜. 이 세 질문에 실제 사업장 데이터로 답한 연구가 있다.
핵심 요약
- 브린욜프슨·리·레이먼드(Brynjolfsson, Li, Raymond)는 고객 상담 업무에 생성형 AI 기반 대화 보조 도구를 단계적으로 도입한 기업에서 상담원 약 5,179명의 실제 처리 데이터를 분석했다(NBER Working Paper, 2023).
- 평균 효과는 시간당 해결 건수 기준 약 14% 증가. 그러나 평균 뒤에 큰 편차가 있었다.
- 신입·저숙련 상담원에게서 30%대의 향상이 나타난 반면, 최고 숙련 상담원에게서는 효과가 거의 없거나 일부 지표에서 소폭 부정적이었다.
- 메커니즘은 ‘기계가 사람을 대체’가 아니라 암묵지의 확산이다. 베테랑의 응대 패턴이 학습된 모델을 통해 신입에게 전달됐다.
- 경영 함의: AI의 첫 번째 효과는 생산성 증가가 아니라 숙련 격차의 압축이며, 이는 채용·교육·보상 설계를 흔든다.
왜 이 연구가 특별한가
생성형 AI 생산성 연구는 대부분 통제된 실험실이나 단기 과제 기반이다. 참가자에게 글쓰기 과제를 주고 시간을 재는 식이다. 이런 설계는 인과 추정에는 깔끔하지만, “그래서 우리 회사에 도입하면?”이라는 질문에는 약하다. 실제 업무에는 학습 곡선, 고객 변수, 조직 규범, 인센티브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가 인용되는 이유는 실제 기업의 상시 업무에서, 상당한 규모로, 도입 시점이 그룹마다 다르게 진행된 구조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도입 시점 차이를 이용하면 같은 조직 안에서 ‘아직 도입되지 않은 그룹’을 자연스러운 비교군으로 쓸 수 있다.

평균 14%보다 중요한 분포
결과를 한 줄로 줄이면 “시간당 처리 건수 약 14% 증가”다. 그러나 이 숫자를 그대로 자기 조직에 대입하면 십중팔구 틀린다. 효과가 숙련도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경력이 짧고 성과가 낮았던 상담원 구간에서 향상 폭이 가장 컸다. 반대로 이미 최고 성과를 내던 상담원들에게 도구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들은 이미 스스로 더 나은 응대를 하고 있었고, 제안을 검토하는 데 드는 시간이 이득을 상쇄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결과는 정성 지표다. 고객 만족도가 개선되고, 관리자 개입 요청이 줄고, 상담원 이직 의향이 낮아지는 방향의 신호가 함께 관측됐다. 신입이 겪는 초기 좌절이 줄어든 결과로 해석된다.
메커니즘: 기계가 아니라 조직 지식의 배관
이 결과의 핵심은 모델이 무엇을 학습했는지에 있다. 도구는 그 회사에서 실제로 성과가 좋았던 대화 기록을 학습했다. 그러니까 신입 화면에 떠오른 제안 문장은 추상적인 ‘정답’이 아니라, 옆자리 베테랑이 5년간 시행착오로 다듬은 표현에 가까웠다.
경영학은 오래전부터 조직의 경쟁력 상당 부분이 문서화되지 않은 암묵지에 있다고 봐 왔다. 문제는 이 지식이 사람에게 묶여 있어 확산이 느리고, 그 사람이 떠나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가 보여 준 것은 생성형 AI가 암묵지를 추출해 실시간으로 배급하는 배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동시에 이것은 경고이기도 하다. 배관이 퍼 나르는 것은 과거의 우수 사례다. 시장이 바뀌어 과거 최적이 더 이상 최적이 아닐 때, 잘 만든 시스템일수록 조직을 과거에 고정시킬 수 있다.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는 상담원의 이탈적 시도가 ‘제안과 다르다’는 이유로 억제되면 학습은 멈춘다.
경영자가 다시 계산해야 할 네 가지
- ROI 계산의 분모를 바꿔라. 전사 평균 생산성으로 계산하면 효과가 흐려진다. 저숙련 인력 비중이 높은 조직일수록 도입 효과가 크다.
- 교육 예산과 도구 예산을 함께 본다. 이 도구는 사실상 실시간 온보딩 장치다. 신입 훈련 기간 단축분이 진짜 절감액일 수 있다.
- 보상 체계를 점검하라. 성과 격차가 좁혀지면 기존 성과급 곡선의 의미가 달라진다. 베테랑이 상대적 우위를 잃었다고 느끼면 이탈 유인이 생긴다.
- 베테랑의 역할을 재설계하라. 이들의 가치는 이제 개별 응대가 아니라 시스템이 학습할 새 패턴을 만들어 내는 것과 예외 처리에 있다.
일반화할 때의 유의점
이 연구는 특정 산업, 특정 업무(텍스트 기반 고객 상담), 특정 시기의 결과다. 업무가 표준화돼 있고 정답에 가까운 응대가 존재하며 성과 측정이 용이하다는 조건이 결과를 크게 도왔다. 창의적 기획, 협상, 장기 프로젝트처럼 성과가 늦게 드러나고 정답이 하나가 아닌 업무에 같은 배율을 기대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남긴 방향은 견고하다. 생성형 AI의 초기 경제적 효과는 상위를 더 높이는 것이 아니라 하위를 끌어올리는 형태로 나타나기 쉽다. 이는 조직 안의 실력 분포, 임금 구조, 승진 사다리를 조용히 재배치한다. 도구를 사는 결정보다 이 재배치를 설계하는 결정이 훨씬 어렵고 훨씬 중요하다.
참고: Brynjolfsson, E., Li, D., Raymond, L. (2023) “Generative AI at Work,” NBER Working Paper 31161. 인용 수치는 발표본 기준이며 개정판에서 조정될 수 있습니다.
썸네일 사진: Panelxf (CC0) / Wikimedia Commons.
작성 · Inkmoat 편집팀 — 최신 경영학 논문과 비즈니스 케이스를 1차 출처 기준으로 큐레이션합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해설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