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붙였더니 신입만 34% 빨라졌다 — 상담원 5,179명 현장실험이 말하는 생산성의 진실
2025년 5월,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의 CEO 세바스티안 시에미아트코프스키가 블룸버그 앞에서 한 문장을 내놓았다. “우리가 너무 멀리 갔다.” 1년 전 그는 자사 AI 상담 어시스턴트가 정규직 상담원 700명분의 일을 한다고 자랑했던 사람이다. 품질이 떨어지자 회사는 사람을 다시 뽑았다. AI를 걷어낸 건 아니다. 단순·대량 문의는 AI에 남기고, 분쟁·환불처럼 틀렸을 때 비용이 큰 구간에만 사람을 되돌렸다.
같은 해, 이 논쟁의 원본 데이터가 학계 최고 저널에 실렸다. 에릭 브린욜프슨(스탠퍼드), 대니엘 리(MIT), 린지 레이먼드가 고객상담 조직의 생성형 AI 도입을 추적한 연구가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2025년 140권 2호(889~942쪽)에 게재됐다. 2023년 NBER 워킹페이퍼로 먼저 돌았던 그 연구다.
3년 사이 세상의 질문은 “AI를 쓰느냐”에서 “AI로 돈을 버느냐”로 바뀌었다. 이 연구의 진짜 메시지는 그래서 지금 더 유효하다. 생산성은 평균으로 오지 않는다. 누구에게 붙이느냐로 온다.
저널 게재본에서 조용히 바뀐 숫자들
워킹페이퍼 버전은 상담원 5,179명, 시간당 해결 건수 평균 14% 증가, 신입·저숙련 구간 34% 향상으로 알려졌다. 이 글의 제목이 된 그 숫자다. 게재본에서는 표본이 5,172명, 평균 효과가 15%로 정리됐다. 3년의 심사를 거치고도 방향과 크기가 흔들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중요한 건 게재본이 더 선명하게 못 박은 문장이다. 숙련도가 낮은 상담원은 속도와 품질이 함께 올랐고, 가장 경험 많고 숙련도 높은 상담원은 속도가 조금 붙는 대신 품질이 소폭 떨어졌다. AI는 위를 더 높인 게 아니라 아래를 끌어올려 격차를 압축했다. 부수 효과도 딸려 왔다. 고객이 더 정중해졌고 “책임자 바꿔달라”는 요구가 줄었으며, 외국인 상담원의 영어 표현력이 느는 학습 효과까지 관측됐다.

숙련자에게 AI가 브레이크가 된 순간
“상급자에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은 2025년에 더 독한 형태로 재확인됐다. AI 평가기관 METR이 그해 7월 공개한 무작위 대조 실험이다. 자기 저장소를 평균 5년 다뤄 온 숙련 오픈소스 개발자 16명에게 246개 실제 과제를 주고, 절반은 AI 도구 사용을 허용했다.
결과는 AI를 쓴 쪽이 19% 더 느렸다. 더 무서운 건 인식이다. 참가자들은 실험 전 AI가 24% 빠르게 해줄 것이라 기대했고, 실제로 느려진 뒤에도 20% 빨라졌다고 믿었다. 체감과 실측이 4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도입 성과를 설문으로 재는 회사가 왜 매번 장밋빛 보고서를 받는지 여기에 답이 있다.
절대화할 결과는 아니다. METR 자신이 2026년 2월 실험 설계를 개편하며 이 수치를 당시 도구 환경의 기록으로 표시했다. 그래도 교훈은 남는다. 맥락을 이미 머릿속에 담고 있는 전문가에게 AI 제안은 정보가 아니라 검토 비용이 되기 쉽다.
메커니즘은 여전히 ‘암묵지 배관’이다
왜 신입에게만 효과가 몰렸나. 도구가 학습한 재료를 보면 답이 나온다. 그 회사에서 실제로 성과가 좋았던 대화 기록이다. 신입 화면에 뜬 제안은 추상적 정답이 아니라, 옆자리 베테랑이 5년간 다듬은 표현에 가까웠다.
조직 경쟁력의 상당 부분은 문서화되지 않은 암묵지에 있다. 문제는 그 지식이 사람에게 묶여 확산이 느리고, 그 사람이 떠나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암묵지를 추출해 실시간으로 배급하는 배관이 될 수 있다.

대가도 있다. 파이프가 퍼 나르는 것은 과거의 우수 사례다. 시장이 바뀌어 과거 최적이 더는 최적이 아닐 때, 잘 만든 시스템일수록 조직을 과거에 묶어 둔다. 또배관은 신입을 키우기도 하지만 신입 자리를 지우기도 한다. 브린욜프슨 연구팀이 2025년 ADP 급여 데이터로 낸 후속 연구 ‘Canaries in the Coal Mine’은 AI 노출도가 높은 직무에서 22~25세 초기 경력자의 고용이 상대적으로 약 13% 줄었다고 보고했다. 같은 저자가 “AI는 신입을 끌어올린다”와 “AI는 신입 자리를 줄인다”를 2년 간격으로 내놓은 셈인데, 둘 다 참이다. 개인의 생산성과 조직의 채용 수요는 다른 계산서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회사는 돈을 못 벌었나
실험실 숫자와 손익계산서 사이에는 깊은 골이 있다. MIT NANDA가 2025년 발표한 ‘The GenAI Divide’ 보고서는 공개 AI 이니셔티브 300여 건과 임원 인터뷰·설문을 종합해 기업 생성형 AI 파일럿의 약 95%가 측정 가능한 손익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가치를 뽑아낸 5%와 나머지를 가른 것은 모델 성능이 아니라, 도구가 피드백을 기억하고 업무 맥락에 적응하느냐였다.
맥킨지의 2025년 ‘State of AI’ 조사도 같은 방향이다. 대다수 조직이 AI를 쓴다고 답하지만 전사 규모로 확산한 곳은 3분의 1 남짓이고, EBIT에 영향이 있다고 답한 39% 중 대부분은 그 영향이 5% 미만이라고 했다. EBIT 5% 이상을 만든 ‘고성과’ 그룹은 6% 안팎이었다. 클라르나의 후퇴도 같은 맥락이다. 실패한 것은 AI가 아니라 오답 비용의 높낮이를 구분하지 않은 배치 설계였다.
한국 데이터 — 격차는 도구가 아니라 조직에서 온다
대한상공회의소 SGI가 2025년 6월 통계청 기업활동조사(2017~2023)를 분석한 결과, AI 도입 기업은 미도입 기업보다 부가가치가 평균 7%대, 매출이 약 4% 높았다. 다만 2023년 기준 국내 AI 도입률은 6.4%(2018년 2.8%)에 그쳤고, 정보통신업 26.0%인 반면 제조업은 4.0%로 업종 격차가 컸다.
더 실전적인 건 대한상의 경제연구원이 2026년 6월 내놓은 후속 보고서다. 생성형 AI 활용률은 대기업 66.5%, 중소기업 52.7%로 13.8%포인트 벌어져 있었다. 그런데 교육·비용 지원·도입 계획 같은 조직환경 변수를 동일하게 맞추자 격차가 4%포인트로 줄었다. 격차의 3분의 2 이상이 기업 규모가 아니라 조직이 만든 조건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 회사가 AI 사용을 적극 권장하면 직원의 활용 확률이 15.5%포인트 올랐다.
- 구독료 등 비용을 지원하면 8.1%포인트 올랐다.
- 반면 AI 로드맵이 없는 기업은 중소기업 70.4%, 대기업 54.4%였다.
실무 적용 — AI를 어디에 붙여야 실제로 돈이 되는가
- 하위 숙련 구간에 먼저 붙여라. 전사 균등 배포는 예산 절반을 효과 없는 곳에 태우는 방식이다. 성과 하위권과 입사 1년 미만 인원에 라이선스와 교육을 몰아주고, 상위권에는 요약·조사 같은 보조 용도로만 열어라.
- 오답 비용으로 업무를 두 칸에 나눠라. 틀려도 재시도로 끝나는 일(1차 응대·초안·분류)은 AI 우선, 틀리면 환불·소송·이탈로 이어지는 일(분쟁·계약·금융 판단)은 사람 우선. 클라르나가 1년 치 비용으로 배운 구분선이다.
- 체감 대신 실측으로 성과를 잡아라. METR 실험에서 체감과 실제 소요시간은 반대로 갔다. 만족도 설문 말고 건당 처리시간·재문의율·1차 해결률처럼 시스템이 자동으로 남기는 지표를 도입 전 4주치 확보해 두고 비교하라.
- 모델 예산보다 배관 예산을 잡아라. 파일럿의 95%가 실패한 이유는 성능이 아니라 맥락이었다. 상위 성과자의 실제 응대·문서 기록을 정제해 넣는 작업과 피드백 반영 루프에 사람과 시간을 배정하라.
- 베테랑의 KPI를 ‘처리량’에서 ‘패턴 생산’으로 바꿔라. 상위 숙련자에게 AI는 속도를 조금 주고 품질을 조금 뺏는다. 이들의 시간이 예외 처리와 시스템이 학습할 새 사례 만들기로 가도록 평가 항목을 다시 써라. 아니면 격차가 좁혀진 만큼 이탈 유인이 생긴다.
한계는 분명하다. 이 연구의 무대는 정답에 가까운 응대가 존재하고 성과 측정이 쉬운 표준화된 텍스트 상담이었다. 창의적 기획이나 협상처럼 성과가 늦게 드러나는 업무에 같은 배율을 기대할 근거는 아직 약하다.
그럼에도 3년치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은 견고하다. 생성형 AI의 초기 경제적 효과는 상위를 더 높이는 형태가 아니라 하위를 끌어올리는 형태로 온다. 이것은 조직의 실력 분포와 임금 곡선, 승진 사다리를 조용히 재배치한다. 도구를 사는 결정보다 이 재배치를 설계하는 결정이 훨씬 어렵고 훨씬 중요하다. 당신 회사의 AI 예산은 지금 성과 상위권과 하위권 중 어느 쪽에 더 많이 꽂혀 있는가?
보충: 워킹페이퍼(NBER 31161, 2023)의 5,179명·14%·34%는 저널 게재본에서 5,172명·15%로 조정됐습니다. 제목의 34%는 초판 보고값입니다. METR 결과는 2025년 상반기 도구 환경 기준입니다.
썸네일 사진: Panelxf (CC0) / Wikimedia Commons.
작성 · Inkmoat 편집팀 — 최신 경영학 논문과 비즈니스 케이스를 1차 출처 기준으로 큐레이션합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해설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