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1년에 작성된 산업 조직도 — 상자와 선으로 직위 계층이 그려져 있다

최고 영업사원을 팀장으로 올렸더니 — 승진 데이터가 보여준 피터의 원리

참고자료 · 자료 시점
핵심 출처 — Benson, Li & Shue, 「Promotions and the Peter Principl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2019) / NBER WP 24343, NBER Digest(2018.5) — 표본 규모 및 계수 요약, Laurence J. Peter & Raymond Hull, 『The Peter Principle』(1969) — 원전
자료 시점 — 1969년 원전 + 214개 기업 영업 실적·승진 데이터 분석(2018·2019 발표)
정리 — Inkmoat 편집팀 · 2026.8

1969년에 나온 농담이 하나 있다. “위계 조직에서 모든 구성원은 자신이 무능해지는 자리까지 승진한다.”

로런스 피터와 레이먼드 헐이 쓴 『피터의 원리』의 한 줄이다. 원래 이 책은 진지한 경영서가 아니라 풍자였다. 그런데 50년 뒤, 이 문장이 실제 승진 기록으로 검증됐다.

무엇을 봤나

벤슨·리·슈의 연구는 영업 조직을 택했다. 이유가 분명하다. 영업은 개인의 성과가 숫자로 남는 드문 직무다. 누가 얼마나 팔았는지가 기록으로 있고, 그 사람이 관리자가 된 뒤 부하들이 얼마나 팔았는지도 기록으로 남는다.

①승진 전 개인 성과와 ②승진 후 관리 성과를 같은 척도로 이어 붙일 수 있다. 이 연결이 가능한 데이터가 드물어서 이 질문이 오래 검증되지 못했다.

표본은 214개 기업이다. 수만 명의 영업직 기록과 1억 5천만 건이 넘는 판매 거래, 그중 관리직으로 승진한 1,500명 이상이 분석에 들어갔다.

두 개의 숫자

결과는 두 문장으로 요약된다.

관찰 크기
영업 실적(판매 크레딧)이 두 배일 때 승진 확률 기준 승진 확률 대비 14.3% 상승
승진 전 실적이 두 배였던 관리자의 부하 실적 7.5% 하락

읽는 순서가 중요하다.

앞줄 — 기업은 실적으로 승진시킨다. 놀랍지 않다. 오히려 공정해 보인다.

뒷줄 — 그런데 그렇게 뽑힌 관리자 밑에서 부하들의 성과가 떨어진다. 잘 팔던 사람일수록 더 떨어진다.

승진의 근거가 되는 신호(개인 판매력)와 승진 후 필요한 능력(남을 팔게 만드는 힘)이 서로 어긋나 있다. 심지어 방향이 반대다.

1922년 잡지에 실린 사무실 사진 — 여러 사람이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다
잘 파는 일과 파는 사람을 관리하는 일은 다른 직무다. 조직도는 이 둘을 «같은 사다리»에 올려 둔다. 사진: Internet Archive Book Images (Public domain)

왜 그런 일이 생기나

세 가지가 겹친다.

첫째, 두 직무가 다르다. 혼자 잘 파는 일은 개인기다. 관리는 배분·코칭·조정·채용이다.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같은 능력이 아니다. 전자가 뛰어난 사람은 자기 방식이 확립돼 있어 남에게 옮기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둘째, 승진이 «보상»으로 쓰인다. 조직에는 잘한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돈은 예산이 정해져 있고, 직급은 지위와 급여를 한꺼번에 올려준다. 그래서 성과를 낸 사람에게 다른 직무를 «상으로» 준다.

셋째, 관측 가능성이 다르다. 판매 실적은 보이고 관리 잠재력은 안 보인다. 보이는 것에 가중치가 쏠린다. 연구가 지적한 것도 이 대목이다. 기업은 «좋은 관리자를 고르려 했다면 정당화되지 않을 만큼» 현재 실적에 가중치를 둔다.

기업이 «바보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정리해야 한다. 이 결과가 곧 “기업이 승진을 잘못 시키고 있다”는 단순한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연구가 함께 다루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 그것이 합리적일 수 있는 조건이다.

승진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한다.

  • 배치 —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앉힌다.
  • 유인 — 열심히 하면 올라간다는 신호를 조직 전체에 보낸다.

두 목적이 충돌한다. 배치만 생각하면 잘 파는 사람을 그대로 두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아무리 잘해도 올라가지 못한다»는 신호가 나가고, 그 신호는 조직 전체의 노력 수준을 떨어뜨린다.

즉 잘 판 사람을 승진시키는 데는 그 사람이 좋은 관리자여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하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붙는다. 실적 승진의 비용은 그 팀 하나에서 나고, 이익은 조직 전체에 퍼진다.

⇒ 그래서 진짜 처방은 “실적으로 승진시키지 마라”가 아니다. 유인의 기능을 승진 말고 다른 것으로도 낼 수 있게 만들라는 쪽이다. 그러면 승진은 배치의 기능에 집중할 수 있다.

이 연구를 오용하지 않으려면

  • “잘하는 사람을 승진시키지 마라”가 아니다. 실적이 좋은 사람 중에도 좋은 관리자가 있다. 문제는 실적 하나만으로 고르는 절차다.
  • 개인 성과가 관리 성과와 «항상» 반대라는 뜻도 아니다. 평균적인 경향이고, 표본은 영업 직군이다. 다른 직군으로 그대로 옮겨 적기 전에 한 번 멈춰야 한다.
  • 승진을 줄이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승진 자체가 아니라 승진을 유일한 보상 수단으로 쓰는 구조가 문제다.

실무 적용 — 그래서 뭘 하면 되나

  • 보상 사다리와 직무 사다리를 갈라라. 잘 파는 사람이 계속 팔면서도 급여와 지위가 오르는 경로를 만들어라. 관리직 말고는 올라갈 길이 없으면, 관리를 원하지 않는 사람까지 관리직으로 밀려 올라간다.
  • 관리 능력의 «관측치»를 미리 만들어라. 신입 온보딩 담당, 소규모 프로젝트 리드, 동료 코칭 같은 역할을 승진 전에 맡겨 보면, 보이지 않던 것이 기록으로 남는다.
  • 승진 심사에 «부하 성과»를 포함하라. 이미 관리자인 사람은 개인 실적이 아니라 팀 실적으로 평가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관리자가 자기 실적을 챙기려 부하의 기회를 가져간다.
  • 되돌아올 문을 열어두어라. 관리직이 맞지 않았을 때 원래 직무로 복귀하는 것이 «강등»으로 읽히면, 아무도 물러나지 않는다. 맞지 않는 사람이 계속 남는 비용이 훨씬 크다.
  • 승진 직후 6개월의 팀 지표를 기본 관측 항목으로 두어라. 실패를 사람의 문제로 돌리기 전에, 그 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였는지부터 봐야 한다.

『피터의 원리』가 농담이었다는 사실이 이 연구의 결론을 더 무겁게 만든다. 농담으로 통했다는 것은, 모두가 이미 그 현상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알면서 50년간 절차를 바꾸지 않은 쪽이 진짜 발견이다.


본 콘텐츠는 공개된 연구 문헌과 연구기관 요약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보 해설이다. 본문의 계수는 영업 직군 표본에서 추정된 값이며, 다른 직군에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작성: Inkmoat 편집팀 — 승진 결정의 근거와 결과를 같은 표에 올려 본다.

참고

  • Alan Benson, Danielle Li & Kelly Shue, 「Promotions and the Peter Principl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34(4), 2019 (NBER Working Paper No. 24343)
  • NBER Digest, 「The Peter Principle Isn’t Just Real, It’s Costly」, 2018년 5월 — 표본 규모 및 계수 요약
  • Laurence J. Peter & Raymond Hull, 『The Peter Principle』,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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