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만들수록 싸진다는 법칙 — 경험곡선이 통하는 조건과 통하지 않는 조건
같은 물건을 계속 만들면 점점 잘 만들게 됩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압니다.
얼마나 잘 만들게 되는지를 숫자로 붙인 사람이 있었습니다. 1936년, 항공공학자 T. P. 라이트가 항공기 생산 기록을 분석해 규칙을 하나 제시했습니다.
누적 생산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기체 한 대당 직접 노동시간이 일정 비율로 줄어든다. 그가 관찰한 값은 대략 20% 감소였습니다. 100대째보다 200대째가 20% 싸고, 200대째보다 400대째가 다시 20% 쌉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경과 시간이 아니라 누적 생산량이 변수라는 점입니다. 1년을 쉬었다 만들면 줄어들지 않습니다. 만든 개수가 쌓여야 줄어듭니다.
BCG가 이것을 전략으로 바꿨다
1960년대 후반,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이 관찰을 제조 현장 밖으로 끌어냅니다. 노동시간뿐 아니라 총원가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고 보고, 여기서 전략적 결론을 끌어냈습니다.
논리는 단순하고 강력했습니다.
- 누적 생산량이 많을수록 원가가 낮다.
- 시장점유율이 높으면 누적 생산량이 빨리 쌓인다.
- 그러니 점유율을 먼저 확보하면 원가 우위가 따라온다.
- 원가가 낮으면 가격을 낮출 수 있고, 그러면 점유율이 더 오른다.
이 순환 논리가 1970년대 경영 전략의 큰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일단 점유율부터” 라는 사고방식의 이론적 근거가 여기 있습니다. 초기에 손해를 보더라도 물량을 밀어 넣는 전략이 정당화됐습니다.

지금도 살아 있는 사례 — 태양광
이 개념이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에너지 산업이 보여 줍니다.
태양광 모듈 가격은 수십 년에 걸쳐 누적 설치량과 함께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고, 누적량이 두 배가 될 때마다 일정 비율로 값이 떨어지는 패턴이 관측됩니다. 이 관계는 여러 연구에서 반복 확인되었고, 정책 설계에서도 활용됩니다.
여기서 정책적 함의가 하나 나옵니다. 초기 보조금이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누적량을 밀어 올려 가격을 내리는 투자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배터리와 풍력에서도 유사한 논의가 이어집니다.
다만 학습률 수치는 대상 기간과 산정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특정 퍼센트를 확정값처럼 인용할 때는 어떤 기간의 어떤 자료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 법칙이 통하지 않는 조건
경험곡선의 진짜 값어치는 언제 안 통하는지를 아는 데 있습니다. 통한다는 말만 알고 쓰면 잘못된 투자를 정당화하는 도구가 됩니다.
| 조건 | 왜 무너지나 |
|---|---|
| 기술이 단절될 때 | 새 공정으로 갈아타면 누적 경험이 초기화된다. 이전 곡선의 아래쪽에 있던 기업이 새 곡선의 위쪽에서 다시 시작한다 |
| 학습을 포착하지 않을 때 | 원가 하락은 자동이 아니다. 측정하고 표준화해야 남는다. 사람이 나가면 같이 나간다 |
| 제품 수명이 짧을 때 | 누적량이 쌓이기 전에 모델이 바뀌면 곡선을 탈 구간이 없다 |
| 원가 우위가 가격으로 새어 나갈 때 | 낮아진 원가를 전부 가격 인하로 넘기면 점유율은 오르고 이익은 그대로다 |
| 품질·차별화가 경쟁축일 때 | 싸게 만드는 능력이 구매 이유가 아니면 우위가 되지 않는다 |
| 규모의 비경제가 시작될 때 | 일정 규모를 넘으면 조정 비용과 관료화가 학습 이득을 잠식한다 |
그리고 가장 자주 지적되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인과의 방향입니다.
점유율이 높아서 원가가 낮아진 것인지, 원가가 낮아서 점유율이 높아진 것인지, 아니면 둘 다 제3의 요인(우수한 경영·좋은 입지·기술)의 결과인지 데이터만으로는 가르기 어렵습니다. 상관을 인과로 읽고 “점유율만 사면 원가가 따라온다” 고 결론 내리면 위험합니다. 1980년대 이후 이 지점이 집중적으로 비판받았습니다.
원가는 왜 줄어드는가 — 안을 열어 보면
“경험이 쌓여서”는 설명이 아니라 이름표입니다. 실제로 줄어드는 항목을 나눠 보면 관리할 지점이 보입니다.
작업자의 숙련. 같은 동작을 반복하면 시간이 줄고 실수가 줄어듭니다. 가장 직관적이지만, 사람에게 붙어 있어서 이직과 함께 사라지는 몫이기도 합니다.
공정의 재설계. 순서를 바꾸고, 불필요한 이동을 없애고, 치구를 만듭니다. 이건 조직에 남습니다. 곡선을 자산으로 만드는 것은 대부분 이 항목입니다.
설계의 개선. 만들어 보면 “이 부품은 하나로 합쳐도 되겠다”가 보입니다. 제조 단계가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 원가가 빠집니다. 절감 폭이 가장 큰 축이지만 설계 변경 권한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불량률 하락. 초기에는 버리는 것이 많습니다. 원인을 잡을수록 재작업과 폐기가 줄어듭니다.
구매 조건. 물량이 쌓이면 자재 단가와 결제 조건이 나아집니다. 다만 이건 학습이 아니라 교섭력이라 성격이 다릅니다.
이렇게 나눠 보면 앞서 말한 “학습을 포착하지 않으면 남지 않는다”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드러납니다. 숙련은 흘러가고, 공정과 설계만 남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 어떻게 쓰나
- 원가 예측의 기준선으로 쓰십시오. “지금 100개 만들었고 앞으로 400개를 더 만든다면 단위원가가 어디쯤 갈 것인가”를 잡는 데는 유용합니다. 확정 예측이 아니라 기준선입니다.
- 가격 결정에 미래 원가를 반영할지 판단하십시오. 아직 도달하지 않은 낮은 원가를 전제로 가격을 매기면, 그 원가에 실제로 도달하지 못했을 때 그대로 손실이 됩니다.
- 학습을 자산으로 남기는 절차를 만드십시오. 작업 표준, 불량 원인 기록, 공정 변경 이력. 이게 없으면 곡선은 사람과 함께 회사를 떠납니다.
- 기술 전환기에는 곡선을 다시 그으십시오. 기존 곡선의 아래쪽에 있다는 사실이 새 기술에서의 우위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 설비에 묶여 전환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원가 우위를 어디로 보낼지 먼저 정하십시오. 가격 인하, 마진 확대, 재투자 중 무엇으로 쓸지 결정하지 않으면 대개 가격으로 새어 나갑니다.
- 누적량 지표를 실제로 세십시오. 매출이나 기간이 아니라 누적 생산 단위가 변수입니다. 이걸 안 세면 곡선을 그릴 수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험곡선과 규모의 경제는 같은 건가요? 다릅니다. 규모의 경제는 한 시점의 생산 규모에서 오는 단위원가 절감이고, 경험곡선은 시간에 걸쳐 쌓인 누적량에서 옵니다. 큰 공장을 새로 지으면 규모의 경제는 즉시 얻지만 경험은 얻지 못합니다.
Q. 학습률 80%가 무슨 뜻인가요? 누적량이 두 배가 될 때 단위원가가 원래의 80%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20% 감소와 같은 말입니다. 산업마다 값이 다릅니다.
Q. 서비스업에도 적용되나요? 반복적이고 표준화 가능한 업무에서는 유사한 패턴이 관찰됩니다. 다만 산출 단위를 정의하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곡선을 그리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Q. 그럼 후발주자는 이길 수 없나요? 아닙니다. 기술 전환이 그 답이었습니다. 새 공정이나 새 재료로 곡선 자체를 갈아타면 누적량 격차가 무의미해집니다. 선발주자의 설비 투자가 오히려 족쇄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Q. 왜 1980년대에 비판을 받았나요? 점유율 추구가 과열되면서 수익성을 해치는 사례가 누적됐고, 인과 방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커졌습니다. 개념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고, 전략의 결론이 아니라 예측 도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Q. 우리 회사에 적용해 보려면 뭐부터 하나요? 누적 생산 단위와 단위원가를 시계열로 정리하는 것부터입니다. 로그 축에 찍어 보면 직선이 나오는지 아닌지가 바로 보입니다. 직선이 아니면 그 산업에서는 다른 요인이 지배적이라는 뜻입니다.
본 콘텐츠는 경영 이론의 해설입니다. 특정 투자나 가격 전략을 권유하지 않으며, 인용한 학습률과 경향은 원자료의 대상 기간과 산정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최종 확인일: 2026-08-02.
작성: Inkmoat 편집팀 — 통하는 조건과 통하지 않는 조건을 같이 적습니다.
1차 출처
- Wright, T. P., “Factors Affecting the Cost of Airplanes”, Journal of the Aeronautical Sciences 3(4), 1936
- Boston Consulting Group, “Perspectives on Experience”(1968~) — 경험곡선 개념의 전략적 확장
- 태양광 모듈 가격의 학습률에 관한 에너지경제 연구
- 경험곡선 기반 점유율 전략에 대한 1980년대 이후 비판 문헌
⚠️ 미인용 처리
- 산업별 학습률의 구체 수치 — 대상 기간과 산정 방식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 특정 퍼센트를 확정값으로 적지 않았습니다.
-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률 — 인용 자료마다 기준연도와 통화 처리가 달라 경향만 서술했습니다.
- 1936년 원논문의 정확한 감소율 — 기종과 생산 구간에 따라 달라 ‘대략 20%’로 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