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하나 봤을 뿐인데 23분이 증발했다 — ‘주의 잔류물’이 당신의 생산성을 훔치는 법
“1분이면 돼.” 알림 하나를 확인하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정보과학자 글로리아 마크의 관찰에 따르면, 그 ‘1분’이 부른 진짜 청구서는 약 23분짜리다. 문제는 알림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 끈끈하게 남는 ‘이전 작업의 잔상’이다.
핵심 요약
- 글로리아 마크(UC 어바인) 연구팀의 고전적 연구(CHI 2008)에 따르면, 사무직이 인터럽션 후 원래의 복잡한 과업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데 평균 약 23분 15초가 걸린다.
- 소피 르로이(워싱턴대, 2009)는 그 원인을 ‘주의 잔류물(attention residue)’로 개념화했다. 다른 일로 넘어가도 뇌의 일부가 이전 과업에 계속 붙잡혀 있다는 것.
- 마크의 후속 연구(2023)는 화면 하나에 머무는 시간이 2004년 약 2.5분에서 최근 약 47초로 급감했고, 인터럽션의 약 44%가 스스로 만든 것임을 관찰했다.
- 실무 함의: 생산성의 적은 ‘일의 양’이 아니라 전환의 빈도다. 개인·조직 차원에서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설계해야 한다.
23분의 진짜 정체: 주의 잔류물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동시에 여러 일’이라 믿지만, 실제 뇌가 하는 것은 대부분 빠른 과업 전환(task switching)이다. 그리고 이 전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금이 붙는다.
소피 르로이가 2009년 논문에서 이름 붙인 ‘주의 잔류물’이 그 세금의 정체다. 과업 A를 하다 알림 때문에 과업 B로 넘어가면, 인지 자원의 일부가 여전히 A에 할당된 채 남는다. B를 하는 동안에도 머릿속 한켠은 “아까 그거 어디까지 했더라”를 붙들고 있고, 다시 A로 돌아와도 B의 잔류물이 발목을 잡는다. 마크 연구팀이 관찰한 ‘약 23분’은 바로 이 잔류물이 걷히고 원래의 인지적 몰입 상태로 복귀하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이다. 즉 알림을 확인한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끊긴 집중을 재조립하는 회복 비용이 문제의 본질이다.
여기에 더 불편한 사실이 있다. 마크의 후속 관찰에 따르면 인터럽션의 약 44%는 외부(동료·알림)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 만든다. 지루함이나 불안이 올라올 때 우리는 스스로 탭을 열고 피드를 새로고침한다. 방해꾼은 종종 거울 속에 있다.
왜 지금 더 심각한가
마크가 20년간 추적한 데이터는 이 문제가 악화일로임을 보여준다. 컴퓨터 화면 하나에 시선이 머무는 평균 시간이 2004년 약 2분 30초에서 최근 약 47초로 줄었다. 우리는 점점 더 잘게 쪼개진 주의력으로 일하고 있다. 알림 기반 협업 도구, 무한 스크롤 피드, 즉답을 미덕으로 여기는 조직 문화가 이 파편화를 구조적으로 부추긴다.
생산성 관점에서 이것이 치명적인 이유는, 깊은 사고가 필요한 일일수록 회복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단순 반복 업무는 끊겨도 금방 복귀하지만, 분석·기획·집필·코딩처럼 여러 정보를 머릿속에 동시에 띄워 두어야 하는 일은 한 번 끊기면 그 ‘작업 기억의 구조물’을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지식노동자의 산출이 근무 시간에 비례하지 않는 핵심 이유가 여기 있다.

연구가 가리키는 실전 처방

이 연구들은 ‘의지력을 키우라’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 의지에 기대는 접근의 한계를 드러낸다. 처방은 환경과 프로세스의 재설계 쪽이다.
- 전환 자체를 줄여라(배칭). 메일·메신저 확인을 하루 몇 개의 정해진 구간으로 묶으면, 하루 수십 번의 ’23분 회복’을 몇 번으로 줄일 수 있다. 상시 대기가 아니라 예약 처리로 바꾸는 것이다.
- 보호 구간을 제도화하라. 개인의 ‘집중 시간’을 캘린더에 실제 일정처럼 블록하고, 조직 차원에서 ‘알림 없는 시간대’나 ‘비동기 우선’ 규범을 세운다. 즉답 문화를 늦춰도 되는 것과 정말 급한 것으로 분리하는 설계가 핵심이다.
- 자기 유발 방해를 줄이는 장치. 44%가 자기 유발이라는 점을 감안해, 작업 중 불필요한 탭·앱을 물리적으로 차단하고, 지루함이 올라올 때의 ‘자동 도피 경로’를 미리 끊어 둔다.
커머스·경영 현장으로의 확장
이 통찰은 개인 책상을 넘어 조직과 커머스 운영에도 적용된다. 고객지원·주문처리·운영팀처럼 실시간 문의가 쏟아지는 환경일수록 직원 1인당 인터럽션 밀도가 높고, 그만큼 처리 속도와 정확도가 동시에 저하된다(마크 연구는 인터럽션이 속도를 올리는 대신 스트레스와 오류 부담을 키운다는 점도 함께 보고했다). 따라서 문의 라우팅을 배칭·자동응답·티어 분리로 설계하는 것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오류율과 인건비를 함께 낮추는 생산성 전략이다. ‘더 빨리, 더 많이 반응하라’는 직관이 실은 조직의 인지 자원을 갉아먹는 함정일 수 있다는 것—이것이 20년간 축적된 주의력 연구가 경영에 던지는 반직관적 결론이다.
본 글은 생산성 연구에 대한 해설이며, 의료·심리 진단이나 특정 도구 구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작성 · 비즈인사이트 편집팀 — 최신 경영학 논문과 비즈니스 케이스를 1차 출처 기준으로 큐레이션합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해설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