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왜 «주어진 시간»을 꼭 다 채우는가 — 파킨슨의 법칙과 부서가 저절로 불어나는 이유
1955년 발표한 에세이에서, 해군 역사학자 C. 노스코트 파킨슨은 이상한 숫자를 짚었습니다. 1935년부터 1954년 사이 영국 식민성의 관할 영토는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다 1947년 이후 해마다 줄었는데, 같은 기간 식민성 직원 수는 372명에서 1,661명으로 꾸준히 늘었습니다.
해군성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14년부터 1928년 사이 군함 수는 줄었는데 사무직 인원은 늘었습니다. 일이 줄면 사람도 줄어야 한다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조직을 파킨슨은 눈앞에서 보고 있었습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지금까지도 회자됩니다. 「일은 그 일을 끝내는 데 주어진 시간을 다 채우도록 늘어난다.」
일이 늘어난 게 아니라, 사람이 «저절로» 늘어난 것입니다
파킨슨이 진짜로 설명하려 한 것은 「할 일이 왜 많아 보이는가」가 아니라 「인원이 왜 업무량과 무관하게 늘어나는가」였습니다. 그가 짚은 메커니즘은 이렇습니다.
일이 버거워진 공무원 A가 있다고 합시다. A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 사직한다 — 그런데 이러면 그동안 쌓은 연금 자격을 잃습니다.
- 동료 B와 업무를 절반씩 나눈다 — 그런데 B는 A와 같은 직급입니다. 나중에 A의 윗자리가 비었을 때 B는 «경쟁자»가 됩니다.
- 부하 직원 C와 D를 새로 받는다 — C와 D는 A보다 «아래»입니다. A의 승진 경쟁자가 될 수 없습니다.
⇒ ★★세 선택지 중 A에게 유리한 것은 하나뿐입니다. 일을 줄이는 방법이 아니라, 자기 밑에 사람을 두는 방법을 고릅니다. 일이 정말 둘로 쪼개질 만큼 많았는지는 이 선택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부하는 다시 자기 부하를 원합니다
C와 D를 들인다고 문제가 끝나지 않습니다. C와 D도 각자 바빠 보이기 시작합니다.
왜일까요. C와 D는 서로의 문서를 검토하고, 서로에게 보고서를 씁니다. 일거리 자체를 서로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A는 이제 C와 D가 올리는 문서를 «감독하고 승인»해야 하니, A의 업무도 오히려 늘어납니다.
⇒ ⚠️몇 년 지나면 C와 D도 각자 부하 두 명씩을 들입니다. 원래 한 사람이 하던 일을, 이제 일곱 명이 나눠서 합니다. 그런데 그 일이 예전보다 일곱 배 많아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바빠 보이는 것」과 「일이 늘어난 것」은 다릅니다
파킨슨이 남긴 통찰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조직의 크기는 «해야 할 일의 양»이 아니라 «조직 내부의 승진·인사 동기»로도 얼마든지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식민지가 줄어도 식민성 직원이 늘었던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관리할 대상이 줄어든다고 조직이 스스로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내부 인사 논리가 작동해 계속 커집니다.
⇒ ★이 관찰이 특히 날카로운 지점은, 아무도 악의를 갖고 조직을 부풀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A도, C도, D도 각자 합리적으로 자기 자리를 지키려 했을 뿐입니다.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모여 조직 전체를 비효율로 이끕니다.
「주어진 시간을 다 채운다」는 관찰도 같은 뿌리입니다
파킨슨의 법칙이 널리 알려진 건 사실 첫 문장 쪽입니다. 「일은 그 일을 끝내는 데 주어진 시간을 다 채우도록 늘어난다.」
엽서 한 장 부치는 데 하루를 다 쓰는 사람도 있고, 바쁜 사람이라면 3분이면 끝낼 일도 있습니다. 일 자체의 난이도는 같습니다. 다른 것은 「얼마나 시간이 주어졌는가」뿐입니다. 시간이 넉넉하면 고민하고, 다시 고민하고, 문서를 고쳐 씁니다. 일이 시간에 맞춰 스스로 부풀어 오르는 것입니다.
⇒ ★조직의 회의도 같은 방식으로 늘어납니다. 한 시간짜리로 잡힌 회의는 대체로 한 시간을 다 씁니다. 다룰 안건이 실제로 한 시간어치였는지는 회의가 끝난 뒤에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일정표에 «비어 있는 시간»이 있으면, 일은 그 시간을 채우는 쪽으로 알아서 움직입니다.
⚠️두 관찰(인원 증식과 시간 팽창)은 겉모습이 다르지만 뿌리는 같습니다. 둘 다 «일의 실제 크기»가 아니라 «주어진 여유»가 결과를 정합니다. 여유가 시간이면 시간을 다 쓰고, 여유가 승진 자리면 사람을 다 채웁니다.
실무 적용 — 무엇을 봐야 하나
- ★★인원 증원 요청이 오면 「일이 늘었나」와 「승진 경로가 막혔나」를 따로 물으십시오. 파킨슨의 지적대로면 후자가 진짜 이유일 때가 많습니다.
- ★같은 직급끼리 업무를 나누는 방안을 항상 대안으로 검토하십시오. 신규 채용보다 저항이 크지만, «부하 증원»이 유일한 답은 아닙니다.
- ★부서가 자기들끼리 서로 보고서를 주고받는 구조인지 보십시오. 외부 산출물 없이 내부 문서만 오간다면 그 자체로 경고 신호입니다.
- ★조직도가 커지는 속도를 업무량 지표와 나란히 놓고 보십시오. 두 선이 벌어지기 시작하면, 늘어난 것은 일이 아니라 «구조»일 수 있습니다.
- ★회의·마감을 «짧게» 잡아 보십시오. 시간이 늘어나서 일이 정교해지는 게 아니라, 일이 그 시간에 맞춰 부풀어 오르는 것이라면, 시간을 줄이는 쪽이 오히려 결과물의 밀도를 올립니다.
정리하면
- 파킨슨이 본 것은 식민지가 줄어도 식민성 직원은 늘어난다는 모순이었습니다.
- 핵심 메커니즘은 「승진 경쟁자 대신 부하를 늘리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입니다.
- 부하는 다시 자기 부하를 원하고, 그들끼리 서로 업무를 만들어 냅니다.
- ⇒ 그래서 조직의 크기는 «일의 양»이 아니라 «내부 인사 동기»로도 얼마든지 커질 수 있습니다.
- 아무도 악의가 없어도 이 확장은 일어납니다. 그래서 증원 요청을 볼 때는 일의 양과 승진 구조를 따로 물어야 합니다.
본 콘텐츠는 1955년 발표된 C. 노스코트 파킨슨의 에세이 「파킨슨의 법칙」(1958년 단행본 수록판 통계 포함)을 바탕으로 그 메커니즘을 정리한 해설입니다. 원 에세이는 풍자적 어조로 쓰였고 엄밀한 통계 검증을 목적으로 한 논문은 아니며, 식민성 직원 수(372→1,661명)·해군성 기간(1914~1928) 외의 세부 수치는 이번 조사 범위 밖이라 본문에 적지 않았습니다. 최종 확인일: 2026-09-15.
작성: Inkmoat 편집팀 — 「바빠 보인다」와 「일이 늘었다」를 구분해서 읽었습니다.
참고
- C. 노스코트 파킨슨, 「파킨슨의 법칙」(1955년 에세이; 1958년 단행본 수록)
- 영국 식민성(1935~1954)·해군성(1914~1928)의 직원 수 증가 사례
- 부하 증원을 통한 승진 경쟁 회피의 메커니즘(“부하 배증의 법칙”)
- 관련 개념: 피터의 원리(Peter Principle), 브룩스의 법칙(Brooks’s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