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를 줄인 대가는 지진에서 왔다 — 저스트인타임과 단일 공급원의 위험
1997년 겨울, 일본의 한 부품 공장에서 불이 났다. 그 공장이 만들던 것은 브레이크 계통에 들어가는 작은 부품이었다. 값도 크지 않고 기술적으로 대단한 물건도 아니었다.
며칠 뒤 완성차 공장의 라인이 섰다. 하루 수천 대를 만들던 생산이 멈췄고, 그 부품 하나가 없어서였다.
이 사건은 저스트인타임 방식의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로 오래 인용됐다. 재고를 최소로 유지하니 공급이 끊기자마자 라인이 멈췄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다만 절반이다.
두 개의 결정이 하나로 묶여 있었다
저스트인타임은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만 받는다는 원칙이다. 이 방식이 겨냥하는 것은 재고가 숨기는 문제들이다.
재고가 많으면 불량이 나와도 다음 물량으로 덮이고, 공정 간 속도 차이도 재고가 흡수해버린다. 재고를 줄이면 이 문제들이 즉시 드러난다. 재고 축소는 원가 절감이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문제를 빨리 보이게 만드는 장치다.
여기까지가 첫 번째 결정이다.
두 번째 결정은 다른 것이다. 한 부품을 한 공급사에서만 받는다. 물량을 몰아주면 단가가 내려가고, 품질 관리 대상이 줄고, 협력 관계가 깊어진다. 합리적인 이유가 여럿 있다.
이 둘은 함께 채택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위험의 성격은 전혀 다르다.
- 재고를 줄이면 버틸 시간이 짧아진다.
- 공급원을 하나로 두면 끊길 확률이 올라간다.
앞의 화재에서 라인이 멈춘 직접 원인은 두 번째다. 재고가 며칠치 있었어도 그 공장이 유일한 공급처인 이상 며칠 뒤에는 똑같이 멈춘다. 재고는 시간을 벌 뿐 원인을 없애지 못한다.

같은 방식이 복구도 빠르게 했다
덜 알려진 대목이 있다. 이 사건에서 생산이 회복된 속도도 이례적으로 빨랐다.
부품 도면과 사양이 협력사 네트워크로 공유됐고, 원래 그 부품을 만들지 않던 회사들이 각자 설비를 개조해 임시로 생산에 들어갔다. 며칠 만에 대체 물량이 흐르기 시작했고, 라인은 예상보다 이르게 돌아왔다.
주목할 것은 이 복구를 가능하게 한 것이 평소에 쌓아둔 협력 관계와 정보 공유 관행이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재고와 무관한 자산이다.
그래서 이 사례는 두 방향으로 읽힌다. 긴밀하게 물린 공급망은 충격에 약하지만, 긴밀하기 때문에 복구에는 강하다.
2011년에는 더 깊은 층에서 터졌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는 문제가 한 단계 더 아래에서 나타났다.
완성차 회사들은 1차 협력사를 여러 곳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러 협력사가 쓰는 특정 반도체가 사실상 한 회사, 한 공장에서 나왔다. 지진으로 그 공장이 멈추자 여러 나라의 완성차 생산이 동시에 줄었다.
1차 공급망은 분산돼 있었는데 2차와 3차에서 한 점으로 모여 있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회사가 그 사실을 사고가 난 뒤에야 알았다.
이것이 이 사례가 남긴 가장 실무적인 교훈이다. 분산은 내가 계약한 층에서만 확인해서는 확인한 것이 아니다.
재고는 보험이고, 보험에는 값이 있다
여기서 균형 문제가 생긴다. 재고를 늘리면 안전해지지만 비용이 든다. 창고비와 자금이 묶이고, 오래된 재고는 값이 떨어지거나 못 쓰게 된다.
그래서 재고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 판단해야 할 것은 어느 품목에 얼마의 보험을 들 것인가다.
기준이 되는 항목은 대체로 이렇다.
- 그 부품이 없으면 전체가 서는가. 값이 아니라 정지 여부가 기준이다.
- 대체 공급을 붙이는 데 얼마나 걸리는가. 인증이 필요한 부품은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 그 부품의 보관 비용과 노후 속도는 어떤가.
작고 싼 부품이 가장 위험한 경우가 많다. 관리 우선순위에서 밀리는데 없으면 라인이 서기 때문이다. 앞의 화재에서 문제가 된 부품이 정확히 그런 물건이었다.
분산에도 대가가 있다
여기서 한쪽으로 기울면 안 된다. 공급원을 늘리는 것도 공짜가 아니다.
- 단가가 오른다. 물량이 나뉘면 각 공급사의 규모의 경제가 줄고, 그만큼 가격 협상력도 약해진다.
- 품질 편차가 생긴다. 같은 도면이라도 공장이 다르면 산포가 다르다. 두 곳에서 받은 부품이 조립 단계에서 미묘하게 다르게 굴면 그 자체가 새로운 불량 원인이 된다.
- 관리 부담이 는다. 감사와 인증과 소통이 공급사 수만큼 늘어난다.
- 관계가 얕아진다. 물량을 나눠 주면 어느 쪽도 우리를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다. 앞의 화재에서 복구를 만든 것이 바로 그 깊은 관계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실무의 답은 전부 분산도 전부 집중도 아니다. 품목별로 다르게 간다.
정지 위험이 큰 소수 품목에만 이중화를 걸고, 나머지는 집중해서 단가와 관계를 가져간다. 이때 이중화의 형태도 반반씩 나눌 필요는 없다. 주 공급사에 대부분을 주고 보조 공급사에 소량을 유지해 생산 능력과 인증을 살아 있게 두는 방식이 흔히 쓰인다. 보험료를 최소한으로 내면서 대체 경로를 열어두는 구조다.
실무 적용, 그래서 뭘 하면 되나
- 재고 축소와 단일 공급원을 갈라서 결정하라. 두 결정은 함께 내려지지만 위험은 따로 온다. 재고는 줄이면서 공급원은 늘리는 조합이 가능하고, 대개 그 조합이 낫다.
- 2차와 3차 공급망을 그려라. 1차 협력사에게 그들의 공급처를 물어라. 한 점으로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그것이 진짜 위험 지점이다.
- 정지 여부로 우선순위를 매겨라. 구매 금액 기준으로 관리하면 싸고 치명적인 부품이 목록 아래에 깔린다.
- 대체 공급의 준비 기간을 미리 재라. 사고가 난 뒤에 재면 그 기간이 곧 정지 기간이 된다. 도면과 사양이 넘어갈 수 있는 상태인지도 평소에 확인해야 한다.
- 협력사와의 관계를 자산으로 관리하라. 앞의 사례에서 복구를 만든 것은 계약서가 아니라 평소의 공유 관행이었다. 이 자산은 위기 전에만 쌓을 수 있다.
정리하면 이렇다. 저스트인타임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저스트인타임을 단일 공급원 위에 올린 것이 위험하다. 앞의 것은 낭비를 줄이는 방법이고 뒤의 것은 협상력을 얻는 방법이다. 목적이 다른 두 결정을 하나로 묶어두면, 하나가 깨질 때 둘 다 깨진다.
본 콘텐츠는 공개된 산업 기록을 바탕으로 한 정보 해설이다. 개별 사건의 생산 손실 규모와 복구 기간은 자료에 따라 집계가 다르다.
작성: Inkmoat 편집팀 — 효율이 아니라 끊기는 지점을 본다.
참고
- 1997년 부품 공장 화재와 완성차 생산 중단, 협력사 네트워크를 통한 대체 생산
-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과 세계 생산 감소
- 저스트인타임의 재고 축소 원리와 문제 가시화 기능
- 2차와 3차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집중 위험
- 복수 공급 체제의 비용, 단가와 품질 산포와 관계 깊이의 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