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는데 손해를 본다 — 승자의 저주, 1971년 석유 엔지니어들이 먼저 알아챈 구조
경매에서 이겼습니다. 경쟁자를 전부 제쳤고, 원하던 자산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장부를 열어 보면 수익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칩니다.
운이 나빴던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결과가 나오도록 경매 구조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값이 불확실한 대상을 여러 명이 동시에 추정해 최고가가 가져가는 방식에서는 이긴 쪽이 가장 크게 낙관한 사람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이 구조에 이름을 붙인 것은 경제학자가 아니라 석유회사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
1971년, 엔지니어 세 사람이 낸 논문
애틀랜틱 리치필드의 엔지니어였던 케이펀, 클랩, 캠벨은 1971년 『Journal of Petroleum Technology』에 「고위험 상황에서의 경쟁입찰」이라는 논문을 실었습니다. 이들이 붙든 문제는 단순했습니다. 멕시코만 해상 광구 리스 경매에서 낙찰받은 회사들의 실제 수익률이 업계가 기대한 것보다 지속적으로 낮았다는 것입니다.
지질 자료는 모두에게 비슷하게 주어졌습니다. 각 회사의 기술팀도 유능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반복적으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세 사람이 내놓은 설명이 지금 우리가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광구의 진짜 가치는 하나인데, 회사마다 추정치가 흩어집니다. 추정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평균적으로 정확하더라도, 낙찰되는 것은 언제나 그 분포의 오른쪽 끝, 즉 가장 후하게 매긴 추정치입니다.
여기서 핵심 문장이 나옵니다. “내가 이겼다”는 사실 자체가 “내 추정이 남들보다 높았다”는 정보입니다. 그리고 그 정보는 대개 나쁜 소식입니다.

왜 이기는 쪽이 가장 많이 틀리는가
이 저주가 작동하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경매의 종류를 나눠 보면 분명해집니다.
| 구분 | 공통가치 경매 | 사적가치 경매 |
|---|---|---|
| 대상의 가치 | 모두에게 같은 값(다만 아무도 모름) | 사람마다 다른 값(본인은 앎) |
| 예시 | 유전 광구, 주파수 면허, 기업 인수, 재개발 부지 | 소장용 그림, 취향에 맞는 골동품 |
| 입찰가 차이의 원인 | 추정 오차 | 선호 차이 |
| 승자의 저주 | 발생 | 발생하지 않음 |
사적가치 경매에서 비싸게 사는 것은 손해가 아닙니다.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니까요. 문제는 공통가치 경매입니다. 값은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참가자들이 각자 안개 속에서 그 값을 어림합니다.
그리고 참가자가 늘어날수록 저주는 깊어집니다. 열 명이 추정하면 가장 높은 추정치는 다섯 명일 때보다 더 위로 올라갑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낙찰가는 진짜 가치에서 더 멀어집니다. 직관과 정확히 반대입니다. 보통은 경쟁자가 많으면 “이 물건이 좋은 물건이구나” 쪽으로 해석하지만, 입찰에서는 “내가 더 크게 틀릴 자리에 서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강의실에서 그대로 재현된다
이 현상이 이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은 실험이 보여 주었습니다.
베이저먼과 새뮤얼슨은 1983년 논문에서 경영대학원 수업을 실험실로 썼습니다. 동전을 채운 항아리를 놓고 학생들에게 값을 적어 내게 했습니다. 항아리에 든 동전의 실제 가치는 8달러였습니다.
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참가자들의 평균 입찰가는 약 5.13달러로, 실제 가치보다 오히려 낮았습니다. 집단은 겁을 먹고 보수적으로 매긴 것입니다. 그런데 평균 낙찰가는 약 10.01달러였습니다. 낙찰자는 평균적으로 2달러 넘게 손해를 봤습니다.
집단 전체는 신중했는데 이긴 사람만 과감했습니다. 이것이 승자의 저주의 본질입니다. 평균은 저주에 걸리지 않습니다. 이긴 사람만 걸립니다.
케이글과 레빈은 1986년 실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참가자에게 공개 정보를 더 주면 저주가 완화될 것 같지만, 경험이 없는 입찰자 집단에서는 오히려 손실이 커지는 경우가 관찰되었습니다. 정보를 더 준다고 저절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현실에서 날아온 청구서
3G 주파수 경매. 2000년 유럽 각국이 3세대 이동통신 주파수를 경매에 부쳤습니다. 영국은 약 225억 파운드, 독일은 약 500억 유로를 거둬들였습니다. 정부로서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몇 해에 걸쳐 낙찰 통신사들은 대규모 자산상각과 부채 부담에 시달렸고, 일부는 신용등급이 내려갔습니다. 경제학자 폴 클렘퍼러는 이 일련의 경매를 설계 관점에서 분석하며 무엇이 낙찰가를 밀어 올렸는지 정리했습니다.
기업 인수. 리처드 롤은 1986년 「기업 인수의 오만 가설」에서, 인수 기업의 주가가 발표 시점에 자주 하락하는 현상을 설명했습니다. 인수 경쟁은 전형적인 공통가치 경매입니다. 대상 기업의 진짜 가치는 하나인데 인수 후보들이 각자 시너지를 추정합니다. 그리고 가장 낙관적으로 시너지를 계산한 쪽이 이깁니다.
그 밖에도 재개발 부지 입찰, 프리에이전트 계약, 공공 발주 최저가 낙찰이 같은 구조를 공유합니다. 특히 최저가 낙찰은 방향만 뒤집힌 같은 문제입니다. 원가를 가장 낮게 잡은 업체, 즉 가장 크게 과소추정한 업체가 공사를 따 갑니다.
실무 적용 — 입찰에 들어가기 전에
- “이기면 어떤 뜻인가”를 먼저 적어 보십시오. 입찰가를 정하기 전에 “내가 이 값에 낙찰되었다면, 그건 다른 모든 참가자가 나보다 낮게 봤다는 뜻이다”를 문장으로 써 보는 것만으로 상당 부분이 걸러집니다.
- 입찰가를 의도적으로 깎으십시오. 자체 추정치를 그대로 쓰지 않는 것이 원논문의 처방입니다. 얼마나 깎을지는 불확실성의 크기와 참가자 수로 정합니다.
- 경쟁자가 많을수록 더 깎으십시오. 참가자가 늘면 낙찰선이 위로 밀립니다. 경쟁이 뜨겁다는 이유로 값을 올리는 것은 저주를 향해 걸어 들어가는 행동입니다.
- 추정의 흩어짐을 측정하십시오. 사내 팀 몇 개가 독립적으로 추정했을 때 값이 크게 갈린다면, 그 자산은 저주의 위험이 큰 자산입니다. 추정치가 촘촘히 모이면 위험이 낮습니다.
- 철수선을 미리 종이에 적으십시오. 현장에서 결정하면 거의 지지 못합니다. 경매장의 열기는 추정치를 위로만 밀어 올립니다.
- 최저가 낙찰에도 같은 규율을 적용하십시오. “우리 원가 계산이 업계에서 제일 낮다”는 사실은 효율의 증거일 수도 있고, 무언가를 빠뜨렸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 확인하기 전에는 자랑이 아닙니다.
저주를 피하는 조직이 하는 일
승자의 저주는 개인의 판단력 문제가 아닙니다. 베이저먼과 새뮤얼슨의 실험 대상은 경영대학원 학생들이었고, 케이펀 일행이 분석한 것은 세계적 석유회사들의 입찰이었습니다. 똑똑해서 피할 수 있는 종류의 함정이 아닙니다.
피하는 조직은 대신 절차를 둡니다. 추정과 입찰을 다른 사람이 맡게 하고, 철수선을 사전에 문서화하고, 낙찰 후에는 실제 성과를 추정치와 대조해 기록으로 남깁니다. 그 기록이 쌓여야 다음 입찰에서 얼마나 깎아야 하는지가 감이 아니라 숫자로 나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그러면 경매에는 참여하지 않는 게 낫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주는 입찰가를 조정하면 관리할 수 있는 위험입니다. 원논문의 결론도 “참여하지 마라”가 아니라 “추정치보다 낮게 써라”였습니다.
Q. 우리 추정이 남들보다 정확하면 괜찮지 않나요? 정보 우위가 실제로 있다면 유리한 것이 맞습니다. 다만 그 우위가 진짜인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자기 팀이 더 정확하다고 믿습니다.
Q. 사적가치 경매에서는 왜 저주가 없나요? 가치가 사람마다 다르고 본인은 그 값을 알기 때문입니다. 내가 100만 원의 효용을 느끼는 물건을 90만 원에 샀다면 이긴 것이 맞습니다. 문제는 값이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아무도 그 값을 모를 때입니다.
Q. 공개 정보를 늘리면 해결되나요? 자동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케이글과 레빈의 1986년 실험에서는 정보를 추가로 제공했을 때 경험이 적은 입찰자 집단의 손실이 오히려 커지는 경우가 관찰되었습니다.
Q. M&A에서 저주를 줄이려면 뭘 봐야 하나요? 시너지 추정의 근거와 그 추정을 누가 했는지를 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인수를 추진하는 쪽이 시너지도 계산하면 숫자가 목표에 맞춰 움직이기 쉽습니다.
Q. 경쟁 입찰에서 이겼는데 기쁘면 안 되나요? 기뻐도 됩니다. 다만 “왜 다른 사람들은 이 값을 안 썼을까”를 한 번 묻고 나서 기뻐하는 편이 낫습니다. 그 질문에 답이 나오면 좋은 낙찰이고, 답이 안 나오면 다시 볼 이유가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경영·경제 이론의 해설입니다. 특정 투자나 입찰 전략을 권유하지 않으며, 인용한 수치는 각 원논문과 공개 보도에 제시된 값입니다. 최종 확인일: 2026-08-02.
작성: Inkmoat 편집팀 — 이론이 현장에서 어떻게 청구서로 돌아오는지를 따라갑니다.
1차 출처
- Capen, E. C., Clapp, R. V., Campbell, W. M., “Competitive Bidding in High-Risk Situations”, Journal of Petroleum Technology 23(6), 1971
- Bazerman, M. H., Samuelson, W. F., “I Won the Auction But Don’t Want the Prize”, Journal of Conflict Resolution 27(4), 1983
- Thaler, R. H., “Anomalies: The Winner’s Curs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2(1), 1988
- Kagel, J. H., Levin, D., “The Winner’s Curse and Public Information in Common Value Auctions”, American Economic Review 76(5), 1986
- Roll, R., “The Hubris Hypothesis of Corporate Takeovers”, Journal of Business 59(2), 1986
⚠️ 미인용 처리
- 3G 경매의 국가별 낙찰총액은 널리 보도된 개략치를 범위로만 적었습니다. 환율·집계 시점에 따라 자료마다 값이 달라 특정 수치를 확정값으로 옮기지 않았습니다.
- 낙찰 통신사들의 상각 규모와 신용등급 변동은 기업·시점별로 편차가 커 개별 수치를 쓰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