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도 잘 하지 않는 지출 — ‘시간을 사는 소비’에 관한 PNAS 연구가 말하는 것
같은 돈을 써도 무엇에 쓰느냐에 따라 만족감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익숙하다. 그런데 2017년 PNAS에 실린 한 연구는 그 대상을 물건이 아니라 ‘시간’으로 옮겼다. 청소나 배달, 이동처럼 하기 싫은 일을 돈을 주고 덜어내는 지출을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생활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그 지출을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부유한 사람들조차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발견이다.
핵심 요약
- Whillans et al.(2017)은 여러 나라의 대규모 설문에서 시간 절약형 지출(싫어하는 일의 아웃소싱)을 하는 사람의 생활 만족도가 더 높다는 상관을 보고했다.
- 같은 연구의 무작위 실험에서, 소액(약 40달러 수준)을 시간 절약에 쓴 조건이 물건 구매에 쓴 조건보다 주말 이후 긍정적 기분이 더 높았다.
- 부수 발견이 본론만큼 중요하다. 소득이 높은 응답자들조차 이런 지출을 거의 하지 않았고, 많은 사람이 시간을 사는 소비를 ‘낭비’로 인식했다.
- 경영 언어로 옮기면 이는 시간 빈곤(time poverty)의 문제다. 고급 인력이 저부가가치 업무에 묶일 때 손실은 인건비가 아니라 판단의 질에서 발생한다.
- 다만 단일 연구의 결과이며, 소득·돌봄 부담에 따라 선택지 자체가 다르다는 구조적 한계를 함께 읽어야 한다.
연구가 실제로 보고한 것
이 연구는 두 층으로 구성된다. 첫째 층은 상관 연구다. 연구진은 여러 나라의 성인 표본에게 하기 싫은 일을 돈을 주고 남에게 맡긴 적이 있는지, 매달 얼마를 쓰는지를 물었다. 청소 대행, 음식 배달, 이동 수단 업그레이드처럼 ‘시간을 되사는’ 지출이다. 이런 지출을 하는 응답자들의 생활 만족도가 더 높았고, 이 관계는 소득 수준을 감안한 뒤에도 유지되는 방향이었다.
상관만으로는 인과를 말할 수 없다. 여유 있는 사람이 시간을 사고, 여유 있어서 만족도가 높을 수도 있다. 그래서 두 번째 층에 실험이 놓인다. 참가자들에게 소액을 지급하고 한 주말에는 시간을 절약하는 데, 다른 주말에는 물건을 사는 데 쓰도록 무작위 배정한 뒤 주말이 끝난 시점의 기분을 측정했다. 같은 사람, 같은 금액, 다른 용도라는 설계다. 시간 절약 조건에서 긍정적 기분이 더 높았고, 그 차이의 상당 부분이 시간 압박감의 감소를 경유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중요한 것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방향이다. 연구가 다룬 돈은 삶을 바꿀 규모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차이가 관찰되었다는 점은 효과의 원천이 소비의 양이 아니라 시간에 대한 통제감에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왜 사람들은 시간을 사지 않는가
이 연구에서 자주 인용되는 대목은 오히려 부수 발견이다. 소득 상위 응답자 중에서도 시간 절약형 지출을 정기적으로 하는 비율은 높지 않았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쓰지 않기로 선택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연구진이 지목한 배경은 인식의 문제다. 많은 사람이 시간을 사는 소비를 게으름이나 사치로 해석한다. 물건은 남지만 아웃소싱한 두 시간은 눈에 보이는 흔적을 남기지 않기 때문에, 지출의 정당성을 스스로에게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에 두 가지 심리가 겹친다.
- 가시성 편향 — 지출의 결과가 물리적으로 남아야 ‘값어치’로 계산된다. 사라진 노동은 계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 노동 정체성 — 스스로 처리하는 것이 성실함의 증거라는 규범이 강할수록, 위임은 비용이 아니라 도덕적 손실로 느껴진다.
이 둘이 만나면 시간 절약형 지출은 ‘할 수 있지만 하지 않는’ 영역에 남는다.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돈을 더 벌어라”가 아니라 “이미 가진 돈의 용도 배분이 합리적인가”에 가깝다.
시간 빈곤: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조직의 구조
시간 빈곤은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태라기보다,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시간이 만성적으로 모자란 상태를 가리킨다. 조직에서 이는 개인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업무 배분 구조의 산물이다.
전형적인 형태는 이렇다. 숙련된 인력이 자료 취합, 반복 보고, 일정 조율 같은 저부가가치 업무를 떠안는다. 각 항목은 30분짜리라 위임할 만큼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누적되면 하루의 재량 시간이 사라지고, 정작 그가 고용된 이유인 판단과 설계에 쓸 잔여 자원이 남지 않는다.

이 구조가 악순환인 이유는 마지막 고리에 있다. 위임 체계를 만들거나 업무를 자동화하려면 그 자체로 시간과 집중이 필요하다. 시간 압박이 심할수록 그 투자를 미루게 되고, 미룰수록 압박은 커진다. 개선에 필요한 자원을 개선이 지연되어 잃는 구조다.
위임과 자동화의 ROI를 다시 계산하면
실무에서 위임과 자동화의 타당성은 대개 시급 비교로 검토된다. 인건비보다 외주 단가가 싸면 맡기고 비싸면 직접 한다는 식이다. 틀린 계산은 아니지만 한 축이 빠져 있다. 앞의 연구를 반영하면 절약된 시간은 시간 단위가 아니라 남은 심리적 자원과 함께 회수된다. 검토 항목에 다음이 추가될 수 있다.
- 회수되는 시간의 용도 — 확보한 시간이 다시 잡무로 채워지면 위임 효과는 상쇄된다. 회수분이 무엇으로 대체되는지를 먼저 정한다.
- 업무의 정서적 비용 — 같은 한 시간이라도 소모감이 큰 업무는 이후 시간의 질까지 떨어뜨린다. 우선순위를 소요 시간이 아니라 ‘싫음의 강도’로도 정렬해볼 수 있다.
- 결정 지연의 비용 — 자동화 도입을 미룬 기간만큼의 누적 손실을 명시적으로 계산한다. 이 항목은 대개 검토표에서 빠진다.
- 규범의 설계 — 조직이 ‘직접 하는 것’을 성실함으로 평가하는 한 개인 차원의 위임 권장은 작동하지 않는다.
이 연구는 지출 항목을 바꾸라는 조언이라기보다, 자원 배분의 기준선을 재검토하게 만드는 자료에 가깝다.
한계: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가
첫째, 단일 연구의 결과이며 일반화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행복·소비 심리 분야는 재현성 논의가 활발한 영역이고, 한 논문이 보고한 효과가 다른 표본과 조건에서 같은 크기로 관찰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 글은 해당 연구가 보고한 범위를 소개할 뿐 확립된 정설로 제시하지 않는다.
둘째, 선택지의 불균등이다. 시간을 사는 소비는 여유 자금과 대체 인력이 있을 때만 성립한다. 소득이 낮거나 돌봄 부담이 집중된 사람에게는 아웃소싱할 대상이 없거나 있어도 감당할 수 없다. 이 함의를 개인의 선택 문제로만 환원하면 구조적 조건을 지우게 된다.
셋째, 측정된 결과의 범위다. 실험이 확인한 것은 특정 시점에 측정된 기분과 시간 압박감이지, 장기적인 삶의 질이나 건강 지표가 아니다. 효과의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이 연구만으로 말할 수 없다. 가사·돌봄 노동의 외주화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결국 이 연구가 드러낸 것은 결론보다 불일치에 가깝다.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하면서도, 시간을 살 수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 조직 운영자에게 남는 함의는 단순하다. 시간 배분을 개인의 자기관리 문제로 두면 위 순환은 유지된다. 어떤 업무를 누가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규칙으로 정하는 일이 시간 관리 교육보다 앞선다.
참고: Whillans, A. V., Dunn, E. W., Smeets, P., Bekkers, R., & Norton, M. I. (2017). “Buying time promotes happiness,” PNAS 114(32). 본문의 서술은 해당 논문이 보고한 범위 내로 한정했으며, 세부 통계치는 원문을 확인할 것.
이 글은 연구 해설 및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재무·투자 결정이나 건강·심리 상담을 대신하는 조언이 아니다.
썸네일 사진: Cathryn Lavery, Unsplash (CC0) / Wikimedia Commons.
작성 · Inkmoat 편집팀 — 최신 경영학 논문과 비즈니스 케이스를 1차 출처 기준으로 큐레이션합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해설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