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도 잘 하지 않는 지출 — ‘시간을 사는 소비’에 관한 PNAS 연구가 말하는 것
2025년 4월, 마이크로소프트가 31개국 지식노동자 31,000명을 조사한 보고서를 냈다. 한 줄이 유난히 눈에 걸린다. 응답자의 80%가 “일을 제대로 할 만한 시간이나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리더와 실무자 구분이 없었다. 조사팀이 실제 협업 데이터를 뜯어보니 이유가 드러났다. 근무 중 회의·메일·채팅으로 흐름이 끊기는 간격이 평균 2분이었고, 하루 전체로는 275회였다. 밤 8시 이후 회의는 1년 만에 16% 늘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한 처방은 이미 오래전에 나와 있었다. 2017년 PNAS에 실린 논문 한 편이다. 네 나라 성인 6,271명에게 “하기 싫은 일을 돈 주고 남에게 맡긴 적이 있느냐”를 물었더니, 그런 지출을 하는 사람의 생활 만족도가 더 높았다. 진짜 반전은 표본에 섞여 있던 네덜란드 백만장자 818명이었다. 그중 절반에 가까운 수가 싫어하는 일을 아웃소싱하는 데 단 한 푼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다. 시간은 더 비싸졌고, 시간을 사는 방법은 훨씬 많아졌다. 청소 대행과 배달에 이어 이제는 AI 비서까지 가격표를 달고 시장에 나왔다. 그런데 2024~2025년의 데이터는 이상한 결말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사들이고 있는데, 시간이 부족하다는 감각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2017년 실험이 증명한 것, 그리고 증명하지 않은 것
원래 연구는 두 층이었다. 아래층은 설문이다. 미국·캐나다·덴마크·네덜란드 성인 6,271명에게 청소 대행, 음식 배달, 이동 수단 업그레이드처럼 ‘시간을 되사는’ 지출을 하는지 물었고, 그런 지출을 하는 쪽의 만족도가 높았다. 위층은 실험이다. 밴쿠버의 직장인 60명에게 두 주말에 걸쳐 각각 40달러를 쥐여주고, 한 주말은 시간을 아끼는 데, 다른 주말은 물건을 사는 데 쓰게 무작위로 배정했다.
결과는 시간 절약 조건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이 실험이 실제로 증명한 것은 “돈을 쓰면 행복해진다”가 아니다. 논문이 밝힌 경로는 하나뿐이다. 지출 → 시간 압박감 감소 → 기분 개선. 중간 고리가 끊기면 앞뒤도 연결되지 않는다. 40달러라는 금액은 삶을 바꿀 규모가 아니었고, 그래서 이 연구의 요점은 소비의 크기가 아니라 시간에 대한 통제감에 있었다.

이 구분이 왜 중요한지는 2025년 데이터를 보면 알게 된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을 많이 사면서도, 중간 고리를 통째로 건너뛰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의 발견 — 시간빈곤은 시계로 측정되지 않는다
2025년 Journal of Happiness Studies에 실린 사전등록 일기연구가 이 지점을 정면으로 다뤘다. 다양한 직군의 직장인 347명이 7일 동안 매일 기록한 2,230건의 응답을 분석했더니, “시간이 없다”는 느낌을 예측한 변수는 다섯 가지였다. 재량시간의 길이, 시간 사용의 강도, 하루가 얼마나 잘게 쪼개졌는지, 몰입 경험, 그리고 그 일을 스스로 원해서 하는지 여부다. 길이는 다섯 중 하나에 불과했다.
더 극적인 숫자는 베이징사범대 연구팀이 2024년 중국 생활시간조사 약 10만 명분을 분석한 결과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낀 사람의 절반 이상이 실제로는 하루 1.8시간 넘는 자유시간을 갖고 있었다. 반대로 자유시간이 1.8시간에 못 미치는 사람 중 3분의 1 이상은 시간빈곤을 느끼지 않았다. 시간 장부와 체감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킨 것이다.
경영 언어로 옮기면 결론은 간단하다. 2분마다 끊기는 4시간은 4시간이 아니다. 시간을 사는 지출이 효과를 내려면 아낀 시간이 ‘덩어리’로 남고, 그 덩어리를 쓸 용도를 본인이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잘게 부순 뒤 남의 일정으로 다시 채운다면, 총량이 늘어도 체감은 그대로다.
아낀 시간은 어디로 갔나 — 2025년의 가장 불편한 숫자
여기서 AI가 등장한다. 오늘날 시간을 사는 가장 새로운 형태는 청소 대행이 아니라 챗봇과 에이전트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가장 정밀한 측정이 2025년 7월에 나왔다. 시카고 부스의 안데르스 훔룸과 에밀리에 베스테르고르가 덴마크 행정 데이터에 설문을 결합한 연구다. AI 노출도가 높은 11개 직군에서 약 25,000명, 7,000개 사업장을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조사하고, 실제 임금·근로시간 기록과 대조했다.
절약된 시간은 있었다. 챗봇 사용자 기준 평균 근로시간의 2.8%였다. 같은 해 미국의 전국 대표 표본을 조사한 빅·블랜딘·데밍의 추정치는 5.4%, 주 40시간 기준 약 2.2시간이다. 적지 않은 양이다.
문제는 그 시간의 행선지였다. 연구팀이 사용처를 물었더니 답은 이랬다.
- 80% — 아낀 시간을 다른 업무로 돌렸다.
- 10% 미만 — 휴식이나 여가를 늘렸다.
- 약 25% — 원래 아꼈던 그 일에 더 오래 매달렸다.
덴마크 연구가 임금과 근로시간에서 정밀한 ‘0’을 확인한 것도 이 때문이다. 1% 넘는 효과는 통계적으로 배제됐다. 게다가 AI는 새 업무를 만들어냈다. 결과물 검수, 프롬프트 정비, 감독과 컴플라이언스 같은 일이다.
2017년 실험의 언어로 번역하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선명해진다. 지금 대부분의 조직이 하고 있는 것은 시간 절약 조건이 아니라 물건 구매 조건에 가깝다. 돈은 썼는데 시간 압박감은 줄지 않았다. 중간 고리가 끊긴 채로 지출만 늘어난 셈이다.

한국의 가격표는 이미 붙었다
한국 데이터는 이 진단을 그대로 반복한다. 통계청이 2025년 7월 발표한 2024년 생활시간조사를 보면, 한국인의 하루 여가는 5시간 8분(21.4%)이다. 그중 미디어 이용이 2시간 43분으로 절반을 넘는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수면 8분, 일 6분, 가사노동과 이동이 각각 4분씩 줄었다. 의무가 줄어든 자리를 스크롤이 채운 구조다. 앞의 일기연구 기준으로 보면, 이건 회복되는 여가라기보다 잘게 쪼개진 여가에 가깝다.
시간을 사는 시장 자체는 빠르게 커졌다.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에서 배달을 포함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25년 내내 전년 동월 대비 두 자릿수 안팎으로 늘었다(1월 18.2%, 6월 12.9%, 8월 9.0%). 가사서비스도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가사근로자법 인증기관은 2024년 12월 말 기준 122개소, 소속 가사관리사는 3,607명이며, 이용요금은 시간당 대체로 15,000~19,000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청소·세탁·주방일이 19,000원, 아동돌봄이 15,000원 안팎이다.
즉 한국에서 ‘내 한 시간’을 되사는 가격은 이미 공개돼 있다. 그렇다면 판단에 필요한 나머지 절반은 하나다. 내 한 시간은 얼마짜리인가.
실무 적용 — 내 시간 시급을 계산하고 아웃소싱 기준선을 정하는 법
기준선은 감이 아니라 숫자로 잡아야 한다. 계산식은 세 줄이면 끝난다.
① 기본 시급 = 연 소득 ÷ 연 실근로시간
② 보정 시급 = 기본 시급 × 회수 계수 × (1 + 싫음 가산)
③ 시장 단가 < 보정 시급이면 산다
연봉 6,000만원, 주 40시간에 연 48주 근무라면 연 1,920시간이니 기본 시급은 약 31,000원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두 번째 줄의 회수 계수다. 아낀 1시간을 실제로 무엇에 쓰는지에 따라 곱한다. 매출·판단·설계에 직결되면 2~3, 수면·운동·가족처럼 회복에 쓰면 1, 다시 잡무로 돌아가면 0이다. 덴마크 연구가 말해준 80%가 바로 이 마지막 칸이다.
계산해보자. 주말 청소 4시간을 시간당 19,000원에 맡기면 76,000원이다. 그 4시간을 회복에 쓰면 회수 가치는 31,000×4×1 = 124,000원, 사는 게 맞다. 같은 4시간을 밀린 메일 정리에 쓰면 계수가 0이라 76,000원은 그냥 사라진다. 같은 지출이 어떤 날은 흑자, 어떤 날은 순손실이 된다. 아래 다섯 가지가 실행 순서다.
- 연봉을 1,920으로 나눠 내 기본 시급을 종이에 적어라. 연봉은 월 단위로 인식되기 때문에, 시간당 값은 따로 환산하지 않으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적는 순간 “2만원 아끼려고 1시간 쓰는” 결정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 아웃소싱을 결제하기 전에 회수분의 용도를 캘린더에 먼저 박아라. 청소를 맡기기로 했으면 그 4시간을 무엇에 쓸지 블록으로 잡아두고 결제한다. 순서가 반대면 80%의 통계에 합류한다.
- ‘싫음 가산’을 30~50% 붙여라. 소요 시간이 같아도 정서적 소모가 큰 업무는 그 뒤 시간의 질까지 떨어뜨린다. 위임 우선순위를 걸리는 시간이 아니라 하기 싫은 강도로 한 번 다시 정렬해보라.
- AI 도입 효과를 ‘절약 시간’이 아니라 ‘회수된 덩어리 시간’으로 측정하라. 팀이 챗봇으로 주 2시간을 아꼈다는 보고는 무의미하다. 물어야 할 질문은 “그 2시간에 무엇을 했고, 그게 30분씩 네 조각이었나 2시간 한 덩어리였나”다.
- 조직 규범을 함께 바꿔라. ‘직접 하는 것’이 성실함으로 평가되는 한 개인에게 위임을 권장해도 작동하지 않는다. 누가 어떤 업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지를 규칙으로 문서화하는 편이 시간관리 교육보다 앞선다.
2017년 논문이 남긴 진짜 발견은 백만장자들의 인색함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시간을 살 수 있는 자리에서 사지 않는다는 불일치였다. 2025년의 데이터는 여기에 한 겹을 더한다. 이제 우리는 기꺼이 시간을 산다. 배달로, 대행으로, AI로. 다만 사들인 시간을 곧바로 일에 되돌려 넣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질문은 “무엇을 아웃소싱할까”에서 한 칸 옮겨가야 한다. 지난주에 AI와 대행 서비스가 당신에게 돌려준 시간은 몇 시간이었고, 그 시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 지출은 아직 시간을 산 게 아니다.
참고: Whillans, A. V. 외(2017), “Buying time promotes happiness,” PNAS 114(32). / Humlum & Vestergaard(2025), “Large Language Models, Small Labor Market Effects,” NBER 워킹페이퍼 33777. 본문 수치는 각 원문과 통계청 보도자료가 보고한 범위 내로 한정했으며, 세부 통계치는 원자료를 확인할 것.
이 글은 연구 해설 및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재무·투자 결정이나 건강·심리 상담을 대신하는 조언이 아니다. 시간을 사는 소비는 여유 자금과 대체 인력이 있을 때만 성립하며, 소득·돌봄 조건에 따라 선택지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썸네일 사진: Cathryn Lavery, Unsplash (CC0) / Wikimedia Commons.
작성 · Inkmoat 편집팀 — 최신 경영학 논문과 비즈니스 케이스를 1차 출처 기준으로 큐레이션합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해설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